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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코드' 옷에 적힌 숫자의 의미


환경 중시하는 가치 소비 확산하며 업사이클링 상품 인기
소각 앞둔 의류부터 산업 소재까지 재활용해 새 상품으로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오랜 기술을 가진 전문 봉제 장인은 아울렛에서 3년째 팔리지 않아 소각을 앞둔 티셔츠·바지를 고른다. 선택된 재고들은 장인의 재조합을 거쳐 아우터로 새 생명을 얻는다. 아우터에는 1부터 시작하는 번호가 새겨진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닌 수작업으로 적게는 한 벌, 소량 제작되는 만큼 몇 번째 상품인지 의미하는 숫자다.

코오롱FnC 브랜드 래코드 25SS 상품. 이 상품은 소각 대상의 의류 재고를 수작업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코오롱FnC]
코오롱FnC 브랜드 래코드 25SS 상품. 이 상품은 소각 대상의 의류 재고를 수작업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코오롱FnC]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브랜드 '래코드(RE;CODE)'의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래코드는 새 옷 상태로 버려지는 상품을 분해 또는 해체해 새로운 의류로 재해석한다. 패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고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기법으로 어쩌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품을 만든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 배출 저감 등 환경을 중시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가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가치 소비를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데서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새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패션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소재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래코드는 의류 재고뿐만 아니라 에어백, 카시트 등 산업 자재도 활용하고 있다. 염색되지 않은 산업용 에어백 소재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거나, 버려진 패러글라이딩 장비로 지갑을 만들기도 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래코드는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20여개 브랜드의 3년차 재고를 어떻게 하면 단순히 소각시키지 않고 패션 회사다운 방식으로 스토리를 더해 살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했다"며 "수작업으로 창의적인 컬렉션을 제작하는 'Clothes to clothes' 방식의 업사이클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FnC 브랜드 래코드 25SS 상품. 이 상품은 소각 대상의 의류 재고를 수작업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코오롱FnC]
LF 헤지스가 티비오에스와 협업한 업사이클링 컬렉션. [사진=LF]

LF의 헤지스도 업사이클링 컬렉션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재판매를 할 수 없는 훼손·반품 의류를 활용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 실물 샘플 의류 제작 대신 3D 가상 품평회를 진행해 불필요한 의류 제작을 줄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패션기업 F&F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MLB 주요 매장에 의류수거함을 설치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헌 옷을 수거해 소재나 가구로 만들기 위해서다. 책상, 책장, 수납함 등 재탄생한 가구는 아동복지시설 등에 기부한다.

최근에는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침대 등 이종업계와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패션 산업 전반에 걸친 지속 가능성의 가치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패션 산업에서는 환경 보호, 윤리적 생산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경영 형태인 ESG 개념 중 사회적인 차원의 영향력까지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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