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양자컴퓨터의 등장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전 세계가 기존 보안 체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RSA 등 현재 암호화 체계가 양자 연산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양자암호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이브리드 양자암호통신 적용 관련 사진. [사진=KT]](https://image.inews24.com/v1/7e339cbc67c786.jpg)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보안에서 PQC(양자내성암호) 중심 전략을 채택했다. 국가표준기술연구소(NIST)를 중심으로 알고리즘 표준화를 추진하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전반에 걸쳐 PQC 적용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로 PQC를 사용하지 않으면 공공 납품이 제한되는 행정명령도 내려진 상태다.
유럽은 하드웨어 기반 QKD(양자키분배)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Euro QCI' 프로젝트는 대륙 전역을 잇는 양자암호 백본망 구축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 통신사가 공동 자금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폴란드는 이미 1200km 이상 규모의 QKD 망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도 활발한 실증 사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 위성 '묵자호(墨子號)'를 발사하고, 북경~상하이 간 2000km 이상의 QKD 기반 광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양자암호 기술을 안보·금융·외교 분야까지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통신3사(SKT, KT, LG유플러스)를 중심으로 양자암호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은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와 손잡고 양자 산업 발전에 협력하고 있으며, 올해 최초러 공공기관 보안 인프라에 도입했다. KT는 올해 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5G 유심망에 QKD와 PQC-VPN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양자 암호 통신 네트워크를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MWC25에서 PQC 기술을 공개해, 양자암호 보안 기술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익시오에 적용했다.
하지만 실제 국내 확산은 지지부진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가 만든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예산이나 정책 연계 부족으로 현장 적용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양자암호 시장을 기술 경쟁이 아닌 '생태계 경쟁'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R&D 수준을 넘어 공공망·금융망에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고, 이를 확산시킬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수요자 역할을 먼저 해줘야 시장이 움직인다"며 공공기관의 선제 도입 없이는 민간 기술의 성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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