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47일 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기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13시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끝에 19일 오전 2시 50분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제기했던 수사권과 관할 문제에서 벗어나 수사에 상당한 탄력을 얻게 됐다.
차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 외에 구체적인 영장발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주거 불명'이나 '도망의 우려'와 함께 형사소송법상 기본적인 구속영장 발부사유다. 다만, 해석상 그 전제가 되는 범죄의 중대성과 소명에 대해서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 부장판사가 증거인멸의 우려를 영장발부 사유로 지목한 것은 윤 대통령이 최근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 메신저 앱을 탈퇴한 점,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이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에 그 지위를 이용해 관련자들의 진술을 번복시키거나 회유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권과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면서 3차례 걸친 출석 요구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점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데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 공수처가 강력하게 증거 인멸의 우려 사항으로 강력하게 제기한 주장들이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공수처는 미리 준비해 간 프레젠테이션(PPT)을 활용, 약 70분간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 가능성, 증거인멸 우려, 그리고 윤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초래될 사회적 혼란 등을 강하게 부각했다. 특히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수사권을 부정하는 점을 들어 '전형적인 확신범'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확신범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정치적으로 정당하다고 믿으며 법적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범죄자를 일컫는 용어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정당성을 갖고 있으며, 내란죄 역시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수처가 재범 가능성을 들어 윤 대통령을 확신범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선,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존중해 즉각 군을 철수시킨 사실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심사에 직접 출석해 변호인단과 공수처 간의 공방이 끝난 뒤 총 45분간 발언권을 얻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탄핵·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며, 비상계엄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통치행위이자 내란죄와는 무관한 조치라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당일과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이같이 주장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부터 윤 대통령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진술을 거부하거나 소환에 응하지 않았지만, 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이상 공수처로서는 강제구인이나 구치소 방문 조사 등 강제 조사 등을 시도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은 최장 20일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 직후 "향후 법과 절차에 따라 피의자 윤석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10일간 조사 뒤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송부할 전망이다. 체포기간과 최대 구속기간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내달 3일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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