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체포됐다. 만시지탄이다. 격동의 국제 정세 속 지난 43일간, 우리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외교·안보도 불안하다. 민심은 갈갈이 찢겨 골이 더 깊어졌다.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순간, 한남동에 관저 인근 한 켠에 집결해 있던 시민들은 오열했고, 반대 쪽 시민들은 춤을 췄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진 모습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단면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유야 어찌 됐든,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 피의자다. 살인보다 중한 범죄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사태 발발 이후 검찰과 경찰, 공수처로 부터 총 여섯번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모두 불응했다. 검찰 요구에는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수처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된 이후에도 공수처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는 공수처가 아니라 국가 사법시스템을 무시하는 처사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선언 당시 "법 적용에는 절대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고 자신했다. 대통령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대국민 담화에서는 "이번 계엄 선포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 거짓말이었다. 그가 선제적으로 수사에 응하고 탄핵심판에서 적극 다퉜더라면 버티고 버티다가 검·경도 아닌 공수처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사와 체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의가 부정됐다고 볼 여지는 없지 않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법정에서 정면으로 다퉈야 한다. 그게 마지막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내란수괴 혐의'는 살인보다 더 중한 죄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더 크고 무거운 죄는 가짜뉴스 유포자들을 선지자로, '교언영색·사심불구'하는 인사들을 순교자로 만들어 준 죄다.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국가 시스템으로 봉인된 반민주적·반사회적 위험 요소들을, 정상적 판단 능력이 결여된 최고권력자가 풀어놓은 것이다. 보수진영으로서는 최악을 피하겠다며 선택한 차악이 최악의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왼쪽은 잘 했나.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탄핵만 총 18건이다. 노무현 참여정부(4건)에 비해 4배가 넘고, 직전 문재인 정부(6건)의 3배다. 입법 독주와 특검법 남발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예산안 독주에 '아니면 말고'식 막말은 도를 이미 한 참 넘었다. 아버지로 추앙 받는 야권 유력 대선 후보는 재판을 4건이나 받고 있고, 그 중 한 건은 징역형(집행유예)이 선고됐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혐의도 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는 일반인의 카카오톡 가짜뉴스 유포행위도 고발 대상이라고 한다.
비상계엄·탄핵정국 이후 추락할 줄 알았던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조기대선' 기대감이 여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이재명 포비아'가 국민의힘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 복귀가 어렵다면 조기대선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최소한 멀쩡한 후보들이 국민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현재 심리적 내전 상태까지 내몰린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첫걸음이다. 여야는 더 이상 최악과 차악 중 선택할 것을 강요하지 말고, 최선의 후보를 찾아 국민 앞에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 정부도 임기 내내 국정혼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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