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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주에 살다, 제주에 그 '집'이 머물다


건축전문기자 출신 저자가 전하는 11명의 이주민과 집들의 제주 정착기

[유재형기자] 누구나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살다보면,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고 말 한 샤를 보들레르의 말처럼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지가 제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에메랄드빛 바다, 광활한 창공, 청정 숲…. 노래 가사처럼 언제든 '모든 걸 훌훌 버리고 푸른 밤 별빛 아래'로 떠나고픈 곳일 테니 말이다.

언젠가부터 제주는 잠깐 머물다 오는 여행지가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폭발적인 이주율로 인해 2015년에는 섬의 유사 이래 최고의 인구 증가율과 인구수를 찍었다고 하지만, 어쩐지 먼저 '살러 간' 사람들은 말이 없다. SNS로 전하는 '좋아 보이는 것' 말고 진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주택전문지 기자 출신의 저자는 책 '제주에 살다'를 통해 제주로 이주한 11명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의 터전인 '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도시를 떠나, 제주로 가자!'는 의지를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다. '좋은 집이야 말로, 주인을 가장 잘 알고 닮아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말처럼 이들의 집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각각의 주인을 닮았다.

제주도에 사는 이들을 탐구해본 바, '휴양지의 표정을 띠며 몽환적으로 서 있는 제주를 감상만 하겠노라'는 마음으로 제주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생각과 다른 현실에 금방 맥이 풀릴 수도 있다. 제주 역시 빈부 격차와 엄마들의 치맛바람, 높은 집값에 아등바등하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제주, 이주를 희망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 책에서는 '제주를 감상하러 올 것인가, 살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명확한 선택을 해야만 제주에 머물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제주에 사는 삶이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음을 예고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흥미로운 건 '원주민'의 입장이 아니라 '이주민'의 입장에서 이주민을 위한 이야기를 건네기 때문이다. 가구 컬렉터 김명한 씨는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안정에 포커스를 맞춰서 돈을 버는 일은 너무나 힘들고 고되다. 제주도에 오면 먹고 살 걱정이 아닌, 야생을 걱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제주에 살면 좋은 점을 말해 준다.

반면 도예가 서종환 씨는 "제주에서 살기 위해서는 바로 집을 구하지 말고, 1년 동안 여러 동네를 다니면서 게스트하우스와 민박에서 보내 봐라. 진짜 원하는 집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조언은 먼저 제주에 살게 된 '육지 것'으로서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경험담이다. 더불어 우리가 듣고 싶었던 제주살이의 열 한가지 방식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제주에 살다(제주에 내려와 집 짓고 사는 사람들의 푸른 랩소디) ▲ 지은이 박지혜, 사진 최태민 ▲ 발행 우드플래닛, 디자인 상상의숲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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