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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진전없는 '플라스틱 종식'→회의를 위한 회의?


그린피스 “마지막 부산 회의에서 큰 진전 이뤄내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오염 종식’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공감대와 달리 실제 각국의 규제정책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이 맞서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관련 국제 협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4번의 관련 회의가 열렸는데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업계는 관련 회의에 로비스트를 대거 급파해 영향력을 끼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4) 회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의미한 진전 없이 종료됐다.

지난달 21일 전 세계에서 모인 시위자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를 요구하며 캐나다 오타와를 행진했다. 그린피스는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행진에 참여했다. [사진=그린피스]
지난달 21일 전 세계에서 모인 시위자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를 요구하며 캐나다 오타와를 행진했다. 그린피스는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촉구하며 행진에 참여했다. [사진=그린피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회의다.

2022년 첫 번째 회의를 시작했다. 총 다섯 차례의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거쳐 2024년에 체결될 예정이다. 그 네 번째 INC4가 지난 4월 23일부터 4월 29일까지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렸다. 마지막으로 예정된 회의 INC5는 우리나라 부산에서 올해 11월 개최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다.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의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과 산유국 등 방해 국가의 ‘재활용을 포함해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 대립해왔다.

특히 이번 INC4에서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PPP)’에 대한 조항이 논의되며 회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 페루와 르완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수준에서 40% 감축하자는 목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그린피스의 생산 감축 목표 75%와 차이가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제한을 합의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반면 플라스틱 생산이 주 수익원인 석유 화학 업계는 협상 회의에 로비스트를 보내는 등 협약 실효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로비활동을 펼쳤다.

국제환경법센터(CIEL)가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번 INC4 회의에도 196명의 석유 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다. 지난 INC3에 143명의 석유 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한 것에 비해 37% 늘어난 수치다.

이번 INC4에서는 협약문 1차 초안 대신 INC 회의 사이에 수정된 초안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몇몇 국가들이 INC 사무국이 협의된 내용을 토대로 준비한 초안 수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수정된 초안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다루는 조항을 삭제하는 옵션을 포함해 방대한 옵션을 담고 있어 회의가 더 지연됐다. 이번 협상 회의는 다섯 번째 중 네 번째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더 복잡해진 문서만 남긴 채 종료됐다.

회원국은 INC5 이전에 의무적 회기 간 작업(Intersessional work)을 갖는 것에 찬성했다. 의무적 회기 간 작업은 INC 회의 사이에 회원국들이 추가 논의를 하도록 지정한 회의를 의미한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쟁점이었던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 등 주요 내용은 의무적 회기 간 작업 논의에서 제외됐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이번 회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도 있었는데 특히 페루와 르완다의 전 세계 생산 감축 목표 제안과 ‘부산으로 가는 길( Bridge to Busan)’ 선언 등 의미 있는 행보가 있었다”며 “반면 결과적으로 협약문에 있어서도, 회기 간 작업에서 논의할 내용에 있어서도 이번 회의 또한 커다란 진전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HAC)에 속한 국가들이 올해 말 부산에서 개최될 INC5 전에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조약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린피스는 협약 과정에서 INC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그린피스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며, 인간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총 생산량을 7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포함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INC4에 옵서버로 참여한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제 전 세계의 시선이 마지막 회의 개최국인 한국으로 향한다”며 “한국 정부는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이자 마지막 회의의 개최국으로서 본 협상의 회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본 협약이 본래의 목적 안에서 강력한 협약이 성안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강력한 협약은 반드시 생산 감축과 재사용과 리필 기반 목표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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