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단지명으로 집값 상승 프리미엄을 노리려는 행태로 인한 논란이 불거졌다. 존재하지도 않는 지역명을 채택하는 단지가 생기면서다. 인근 지역명을 따라가는 것은 이제 평범한 수준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 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아파트 단지명을 '서반포 써밋 더힐'로 정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304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16층, 25개 동, 1522가구 대단지로 지어지는 이 아파트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내세웠다. 펫네임(Pet Name)으로는 서울 용산구 초고가 단지인 한남더힐의 후광을 누리고자 '더힐'이 붙었다.
하지만 '서반포'라는 지역명이 화두에 올랐다. 이 단지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지하철 9·4호선 동작역과 흑석역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입지를 갖췄다. 하지만 '흑석'이 아닌 '서반포'를 착용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지역명을 붙인 이유는 결국 '값어치'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을 선도하는 반포 지역의 효과를 누리고자 반포의 서쪽이라는 의미로 새로운 지역인 '서반포'라는 이름을 작명한 것이란 얘기다.
과거에도 행정동·법정동이 다른 단지명은 존재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신월동에 '신정 뉴타운 아이파크 위브로'로 분양했던 단지는 입주를 앞두고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 위브'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 서남부권에서 집값과 교육열이 높은 목동을 단지명에 넣으면서 프리미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서반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누리꾼은 "서반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불려 왔던 흑석의 별칭"이라며 "새삼스럽지 않다"는 반응 내놨다. 하지만 "흑석이 서반포라면, 강북은 강남의 북쪽에 있으니 북강남으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겠다"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런 현상을 두고 "집값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병폐"라고 꼬집었다. 그는 "상암동만 보더라도 실제 주소지가 상암동이 아닌 단지가 더 많이 'DMC(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지역명을 착용하고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단지명이 길고 복잡해짐에 따라 지난해 12월 공동주택 명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아파트 이름을 복잡하게 만드는 외국어 별칭 사용 자제 △단지명을 10글자 이내로 지정할 것을 권고 △고유 지명 사용을 지향 △다른 행정동·법정동 이름을 가져다 쓰지 말기 등이 담겼다. 다만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데 민간 건설사와 입주자들의 동참 여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에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규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행정동, 법정동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양 시장이 힘든 상황에서 지나친 제재가 따른다면 주택 공급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라며 "지역적인 프리미엄이나 상품성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 역시 "흐름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개연성이 크게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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