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미분양 주택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을 안고 있는 건설사들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더 적극적인 판매 마케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네요.
정부의 통계치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7월 주택통계'를 보면 미분양 주택은 6만3087가구로 전월(6만6388가구) 대비 5.0%(3301가구) 줄었습니다. 준공 후(악성) 미분양도 9041가구로 전월(9399가구) 대비 3.8%(358가구) 감소했네요.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미분양 가구가 감소세를 보임에도 불구,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드디어 감소세에 들어선 것입니다. 악성 미분양이 줄어든 긍정적 신호에도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지방 악성 미분양 사업장 또는 준공을 앞두고도 물량 소진 우려가 매우 큰 사업지에서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깁니다. 특히, 분양업계에서도 처음 들어본다는 이색 혜택도 등장했다 합니다.
지역별, 단지별로 다르지만 통상 분양가는 계약금(10%), 중도금(60%), 잔금(30%) 순으로 납부합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가장 부담이 큰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제공하는 곳들도 많아졌죠. 중도금 대출이자를 시행사에서 대신 내준다는 의미입니다. 분양 호황기에는 굳이 무이자 혜택을 주지 않아도 됩니다. 별개로 중도금 이자 후불제는 시행사가 그간 대신 내준 원금과 이자를 잔금 납부 시기에 한꺼번에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계약금은 계약 시 납부하는 것으로 분양가의 10%입니다. 보통 면적과 층수 관계없이 같은 금액(정액제)을 1차 계약금으로 납부, 1차 계약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2차 계약금으로 내야 합니다. 중도금은 분양가의 60%로, 10%씩 6번 나눠 납부하게 됩니다. 대략 5~6개월마다 10%씩 내는 구조인데요, 물론 단지에 따라 횟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머지 잔금 30%는 입주 시 내야 합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중도금 무이자 또는 후불제 혜택을 제공하는 곳들은 매우 흔했는데요, 최근엔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까지 전폭 지원하겠다 나선 시행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중도금, 잔금보다 비중이 작아 부담이 훨씬 덜하지만 계약금부터 부담까지 없애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부산에서 분양 중인 한 단지는 잔여 세대 소진 중입니다. 최초 계약 시 분양가의 10%에 달하는 계약금을 부담해야 했지만, 지난 6월 1차 계약금을 2000만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즉, 1차와 2차 계약금을 나누고 1차 계약금을 정액제로 바꿔 소비자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후 동일 단지는 지난달 다시 한번 1차 계약금을 1000만원으로 낮춘 데 이어 무려 계약금 10% 중 5%를 무이자 대출해주겠다는 혜택을 들고나왔습니다. 중도금 60%도 전액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네요. 이 단지의 전용 70㎡ 최고 분양가는 6억5000만원인데, 1차 계약금(정액제) 1000만원을 내고, 이후 2차 계약금 5500만원 중 절반을 내면 나머지 절반에 대한 무이자 대출을 진행해주겠다는 것이죠. 애초 계약금 10%인 6500만원을 즉시 내야 했다면 이제는 3750만원만 있으면 중도금 무이자 대출까지 더해 입주 때까지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예 계약금을 전액 무이자 대출로 해주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파격 조건입니다. 서울 서초구 일원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주거 상품인데요, 분양가가 약 13~30억원에 달합니다. 계약금 10% 내야 하니 가장 낮은 분양가 기준 1억3000만원이 필요하겠네요. 시행사는 고금리에 수요가 위축되자 '계약금 무이자 대출 지원'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왔습니다. 중도금 역시 무이자로 제공돼 준공 시점인 오는 2025년까지 부담 없이 가볍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분양업계에서 몸담은 한 관계자 A씨는 '계약금 무이자 대출'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A씨는 "보통 중도금만 대출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계약금까지 시행·시공에서 대출해준다는 건 흔치 않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내 돈이 일절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큰 경쟁력"이라며 "최근 전매도 가능해지고,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입주 시점에 전세로 돌리거나 분양권을 다시 되팔 수 있다는 등의 선택지가 많아졌다. 이를 고려하며 충분히 혹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에 이어 계약금을 3차까지 쪼개 2~3차분을 무이자 대출로 제공하는 곳이 있다"며 "최근엔 아예 계약금부터 무이자 대출 혜택을 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입주 시까지 들어가는 돈 없이 쭉 가지고 갈 수 있다. 사실 수요자들에겐 엄청난 혜택"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다만, 악성 미분양 물량 또는 미분양이 우려되는 상품 위주로 이런 흔치 않은 파격 혜택이 제공된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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