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구축 아파트 매물 상담을 하러 갔는데, 중개업소에서 자꾸 신축 아파트의 장점을 강조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신축 아파트는 평면이나 편의시설이 훨씬 좋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요. 그래서 마음 한켠에선 가격대가 너무 높아서…"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면서 아파트 매입을 문의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바닥의 저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 속에 '부동산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얘기도 적지 않은데요,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예비 수요자들의 움직임은 활발해 보입니다.
이에 일선 중개업소에서도 손님맞이에 분주한 분위긴데요, 거래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중개 시장에선 '헌 집보다 새집'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특이동향'도 다수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왜 나타나고 있는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서울 관악구 일원에 거주하는 40대 A씨 부부는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양재역 일원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2년 전에도 동일 지역 내 아파트 매수를 추진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합니다. 올해 들어 대출 규제도 완화됐고 그간 자금을 더 준비한 덕에 2년 전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 매물을 추리는 중입니다.
A씨는 "현재 매수 가능한 양재역 일원 아파트 매물을 둘러보고 있다"며 "대다수 1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들인데, 실제 거주하는 지인은 만족도도 높다고 해 올해가 가기 전 매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인근 다수의 부동산에서 구축 아파트가 아닌 '특정 신축 단지'를 추천해 고민이 된다고 합니다. 이 신축 단지는 2개 동 규모로, A씨가 매입을 고려하는 구축 단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A씨는 "4곳의 중개업소에 매물을 추천받고 있는데, 매입 대상인 구축 단지와 맞닿아 있는 비슷한 가격대의 W아파트 매물을 동시에 소개해줬다"며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신축매물로 시행사 보유분이라 초기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새 아파트라 주거환경도 더 쾌적하다고 설득했다"고 전해왔습니다.
또 다른 40대 B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현재 전세로 거주 중인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매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B씨는 "전세금에 대출과 보유한 자금을 끌어모아 중소형 아파트를 매수할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강남인만큼 면적대가 크거나 신축일수록 가격 부담이 커 중소형 구축 위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중소형 구축'이라는 뚜렷한 매입 기준을 제시한 B씨도 중개업소 관계자로부터 인근 신축 아파트를 추천받았습니다. B씨는 "부동산으로부터 비슷한 규모의 중소형 신축 아파트 매수를 제안받아 고심 중"이라며 "가전과 가구도 빌트인으로 갖춰져 있고, 주차장도 구축보다 더 넓고 쾌적했다. 무엇보다 가격대가 1억원 정도 더 저렴했다"고 말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우리네 오랜 동요도 있듯 비슷한 가격과 입지라는 가정하에 신축 아파트가 실수요자로서는 더 좋을 순 있겠습니다만, 왜 이렇게 신축 아파트를 일선 중개업소에서 추천하는지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A씨와 B씨 모두 신축매물을 추천받으면서 초기 분양가보다 그리고 주변 구축 단지 시세와 비교해도 1~2억원을 저렴한 가격을 제안받았습니다. 공인중개사 재량으로 매입 의사만 있다면 추가 할인도 해줄 수 있다고 했다네요. 당연히 동일면적대, 동일 입지라면 혹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공통점이 하나 더 있는데요, 이 매물들은 시행사가 보유 중인 즉, 미분양 매물입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예비 매수자들에게 새 아파트를 '강추'하는 이유도 따로 있습니다. 시행사가 소개비 명목으로 부동산에 제공하는 MGM이 있기 때문입니다. MGM은 기존 고객이 새 고객을 유치하고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부동산에서는 중개업소를 찾은 고객에게 이 같은 매물을 소개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받게 되는 인센티브를 말하는 것입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분양가의 1% 정도를 받게 된다"며 "최근 강남권에선 신축 생활형숙박시설,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등이 대거 공급됐는데 경기 침체로 물량 소진이 어려워지자 시행사에서 고가의 MGM 수수료를 내걸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부 시행사들은 1000~2000만원대 소개비 명목의 인센티브(MGM)와 함께 1000~5000만원대 수준 내에서 중개사에게 할인 권한을 주기도 한다"며 "이 경우 중개사는 고객에게 추가 할인 혜택과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의 솔깃한 조건을 제시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 일정을 빡빡하게 잡아 일부러 미분양을 낸 깜깜이 물량이든, 시행사 보유분인 미분양 물량이든 미분양 난 신축매물은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강남권이라면 상품성 자체에 문제는 없겠지만, 시세보다 적절한지 향후 환금성은 떨어지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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