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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그립다"…기술 리더십 실종 애플 팀쿡號, 혁신없자 시장도 '냉담' [유미의 시선들]


신제품 '아이폰15' 공개에도 애플 주가 하락…애플카·AI 등 新사업에서도 삐걱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혁신은 없었다."

애플의 야심작인 '아이폰15' 시리즈가 공개됐음에도 시장의 반응이 냉랭하다. 애플이 프로와 프로맥스 고급 모델에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고 한층 진화한 자체 칩을 탑재하는 등 '아이폰15' 시리즈를 업그레이드 했다고 하지만, 외형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시장을 놀래킬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사진=애플 ]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5'가 공개됐음에도 뉴욕 증권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1% 하락한 176.30달러(약 23만447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31일 당시 연고점인 196.45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한 달여 만에 10% 이상 급락한 것이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1일 175.84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때 3조 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도 2조756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신제품을 공개했음에도 애플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아이폰15' 시리즈에 혁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아이폰15' 시리즈에 대해 "월가 입장에서 큰 놀라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텅쉰망 역시 "놀랄 만한 부분이 없고 변화가 없다"며 "기존에 노출됐던 정보 그대로"라고 분석했다.

또 텅쉰망은 "과거에 비해 콘퍼런스(애플 발표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짧아지고 있다"며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선보일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텅쉰망의 평가대로 '아이폰' 충성 고객이 많은 중국 내에서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중국 현지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따르면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소식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또 SNS에는 전 세계 비싼 스마트폰 가격을 나열하면서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이 비싸다거나 혁신이 없다는 부정적인 발언이 신제품 출시 소식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이폰14' 시리즈가 출시 전날부터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이목을 끌고, 출시 현장을 생중계하는 라이브 방송 동시 접속자가 폭발하며 화제를 모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가 좀 바뀌고 가격을 동결시킨 것 외에 '아이폰15'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없다"며 "애플 주가가 하락한 것은 예상보다 디자인과 기능, 성능 전반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경우 애플 신제품 발표를 두고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의 규제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애플 제품 사용 자제 분위기를 조성한 영향도 있다"며 "애플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수준이란 점에서 중국 내 '아이폰15'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하다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애플 팀쿡 CEO [사진=애플]

애플의 혁신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이폰15' 시리즈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내놓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역시 혹평을 받았다. 애플보다 먼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 시장에 뛰어든 메타의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프로'를 두고 "가격(3499달러)만 비싸다"며 "혁신은 없었다"고 혹평했다. 또 그는 "(애플 헤드셋에서) 메타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법칙이나 물리적 법칙에 대한 해결책은 없었다"라며 "우리에게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시장 내 반응도 저커버그 CEO와 다르지 않았다. 바톤 크로켓 로젠블랫 애널리스트는 "아무도 MR 헤드셋이 애플에 단기적으로 의미있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을 흥분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탓에 '비전 프로'가 발표된 날도 애플의 주가는 오히려 전일 보다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분위기가 기대 이하로 바뀌자 애플도 슬그머니 '비전 프로'에 대한 총 판매 목표를 15만 대로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애플은 2020년 출시를 목표로 '비전 프로'를 개발하면서 연간 판매 목표를 300만 대로 잡은 바 있다. 그러나 '비전 프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90만 대 선까지 목표 물량을 줄였고, 이를 다시 30만 대, 발표 직전에는 15만 대까지 낮췄다.

'믹스드'가 생성AI '달리'를 통해 팀 쿡 애플 CEO가 '리얼리티 프로'를 착용한 모습을 재생산한 이미지. [사진=믹스드 캡처]

최근 자체 개발 통신칩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도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선 애플이 당초 올해부터 '아이폰'에 자체 개발한 통신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애플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퀄컴이 공급하는 아이폰용 통신칩을 공급 받겠다는 계약을 이번에 다시 체결했다.

애플은 한 때 퀄컴과 통신칩 특허 침해를 두고 다투거나, 퀄컴 칩 로열티 비용이 과도하다며 10억 달러 규모 배상을 요구하는 등 난타전을 벌였다. '탈 퀄컴'을 꿈꾸며 지난 2019년 인텔로부터 스마트폰용 통신칩 사업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자체 통신칩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이 탓에 애플은 자존심을 굽히고 퀄컴에게 다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애플과 퀄컴 사이에서 벌어졌던 소송들도 모두 퀄컴의 완승으로 끝났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자체 5G 모뎀칩 개발에 실패했을 수 있다"며 "애플 아이폰에는 퀄컴의 5G 모뎀칩이 100%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통신칩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은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정도"라며 "애플의 자체 통신칩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아이폰 생산에 외부 업체의 의존을 줄이겠다는 애플의 목표 실현도 한동안 미뤄질 듯 하다"고 말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제대로 된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도 '에이작스(Ajax)' 개발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에이작스' 개발 사실에 대해 언급하길 꺼려하는 눈치다. 앞서 팀 쿡은 지난 5월 콘퍼런스콜에서 "애플도 수 년 동안 생성형 AI 및 기타 모델을 연구해 왔다"며 "AI를 기본적인 핵심 기술로 보고 있고, 그것들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 사실상 내장돼 있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내놨다. 또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도 '에이작스'와 관련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애플카 콘셉트 이미지 [사진=유튜브 오토에볼루션 영상 캡처]

자율주행차 '애플카' 출시도 삐걱대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말 '애플카' 출시 계획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연기하고, 완전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축소하기로 했다. 운전자가 차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운전에 간섭하지 않는 '레벨5'를 구현하려 했지만 기술적 난관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탓에 애플은 차량 디자인을 일반 자동차처럼 운전대와 페달을 포함하는 형태로 변경하고, 고속도로에서만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는 형태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과 설계 변경 등에 따라 출시 시점도 1년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애플에서 최근 경영진 교체, 정리해고 등이 이어지면서 자율주행차 전략도 변화한 것"이라며 "기존 목표보다 안정성을 유지하고 실질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 하다"고 분석했다.

폴더블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폼팩터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애플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스티브 잡스의 막내 딸 이브 잡스는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가 공개되자 이전 모델과 비슷하다고 조롱하는 듯한 풍자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브 잡스는 한 남자가 자신이 입고 있는 셔츠와 똑같은 셔츠를 들고 있는 사진에 '오늘 있었던 애플의 발표로 아이폰13에서 아이폰14로 업그레이드한 나의 모습'이라는 캡션을 달았다. 이는 새로 공개된 아이폰14가 아이폰13과 똑같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법인도 '아이폰14' 발표 직후 트위터에 "그거(아이폰) 접을 수 있게 되면 알려줘"라며 비꼬는 게시물을 올려 주목 받았다. 이는 갤럭시 폴더나 플립처럼 폼팩터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애플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팀 쿡 체제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대의 혁신과 열정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며 "팀 쿡은 애플의 탄탄한 수익에 기반해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영역에서 잡스를 넘어서는 혁신을 만들려고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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