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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BOE에 뿔난 삼성, 이렇게까지 한다고?…LGD와 더 끈끈해질까


BOE 특허소송에 뒤통수 맞은 삼성, 물량 줄이기 나선 듯…LGD 대체하긴 쉽지 않을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1위 업체인 BOE와 관계가 틀어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 받는 액정표시장치(LCD) 물량을 향후 확대해 나갈 지 관심이 쏠린다. BOE가 특허 소송을 건 탓에 삼성전자가 TV 패널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서다.

BOE가 특허 소송을 건 탓에 삼성전자가 TV 패널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아이뉴스24 DB]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에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BOE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적용을 검토했다가 최근 중단했다. BOE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상당 기간 협력을 추진했으나 이번 특허 소송이 불씨가 돼 결국 논의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 베끼고 또 베끼는 中 BOE…삼성D, '아이폰12' 짝퉁 패널에 '발끈'

문제가 된 특허 소송은 BOE가 지난 5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중국 법원에 제소하며 시작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신들의 OLED 패널 기술을 베꼈고, 삼성전자는 특허를 침해한 삼성디스플레이 OLED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유통하면서 BOE 이익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삼성 측은 황당해 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아이폰12 OLED 디스플레이 특허 4종을 BOE가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 여러 곳에서 인지돼 소송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BOE가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기술은 아이폰12에 사용된 OLED 디스플레이 특허 4종이다. [사진=텍사스주 동부지방법원]

이 사건은 미국의 아이폰 사설 수리업체에서 부서진 '아이폰12' 화면 패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각됐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 정품과 중국산 가짜 제품을 사용한 것인데, '아이폰12' 수리를 맡긴 고객들이 두 제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란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산 가짜 제품 패널이 자사의 기술 4개를 베꼈다는 점을 확인한 후 지난해 5월 2일 BOE에 통지서를 보내고 항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공급처인 모바일센트릭스와 인저드가젯, DFW, 셀폰&파츠 등 미국 부품도매업체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BOE는 소송 과정에서 이들 업체에 가짜 제품 패널을 제공한 업체로 지목됐다.

하지만 코너에 몰린 BOE는 중국에서 맞소송으로 선수를 쳤다. 이에 뿔이 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중국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BOE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침해된 기술 4종 중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핵심 특허인 '다이아몬드 픽셀' 등도 포함됐다. OLED 패널의 그래픽 선명도를 높이고 날카롭고 복잡한 라인 등을 정교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서 BOE를 두고 '기술 도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상당히 격분한 모습"이라며 "현 상황을 참다 못해 최근 관련 부서에서 BOE를 자사 공급망에서 제외시키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OE가 삼성전자의 LCD 패널 물량을 포기하면서까지 소송에 나선 것이 OLED 패권 경쟁 때문"이라며 "이번 소송전은 한국 업체들과 중국의 OLED 기술 전쟁이 본격화 된 것으로,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어려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 中 LCD TV 패널 비중 60% 육박…BOE 물량 줄이기 본격화

삼성전자가 실제 BOE를 공급망에서 배제시킬 경우 BOE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TV·스마트폰·태블릿 등에서 BOE 패널을 대량 구매하는 핵심 고객사였던 탓이다.

삼성전자가 실제 BOE를 공급망에서 배제시킬 경우 BOE의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BOE]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패널 물량 외에 BOE에서 공급 받는 TV 패널 물량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현재 LCD TV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로부터 공급 받는 비중은 60% 정도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에서 철수한 후 그동안 중국 업체 비중을 늘려왔는데, BOE 물량은 11%로 추정됐다. BOE 외에 삼성전자는 CSOT(26%)와 HKC(21%), CHOT(2%) 등의 중국 업체를 통해서도 LCD TV 패널을 공급 받고 있다.

한 때 삼성전자는 BOE에서 공급 받는 LCD 물량 비중을 17%(2021년)까지 끌어올렸으나, 지난해 9%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올해는 11%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부터 BOE 물량 공급을 대폭 줄일 경우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상반기를 끝으로 LCD 사업에서 철수하며 LCD TV 패널 공급선을 LG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 일본 샤프, AUO, 이노룩스 등 대만 업체로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정 패널 업체 의존도가 커지면 가격 협상력이 작아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BOE와의 갈등으로 LCD 물량을 줄이게 되면 다른 업체들이 공백을 차지하며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샤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삼성 물량 포기한 BOE?…LGD, 수혜 입을지 '관심'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를 통해 BOE 물량 공백을 메울 것으로 관측했으나, 현 상태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LG디스플레이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LCD 사업을 꾸준히 축소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종료했고, 올해부터는 중국 LCD 공장의 생산량을 절반가량 줄일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공장의 LCD 생산라인 가동률은 50% 정도로, 향후에도 크게 늘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태블릿이나 노트북 제작에 활용되는 중소형 LCD 생산은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을 공급 받은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을 공급 받은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당시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그룹이 삼성전자 측에 LCD 공급 중단을 통보한 탓에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도움을 요청하며 양사의 거래가 시작됐다. 경쟁사로서 서로 자존심 싸움을 벌였으나, 샤프 사태를 계기로 거래 파트너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한 것이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LCD TV 패널 물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삼성전자 LCD TV 패널에서 LG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1%, 2021년 2%에 그쳤지만 지난해 10%로 늘었다. 올해는 8%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 사업 축소 여파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LCD TV 패널 공급을 계기로 최근엔 OLED TV 패널도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현재 LCD TV 패널 사업을 접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라며 "삼성전자가 BOE와 거래를 끊더라도 LG디스플레이의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현재 상태보다 물량을 더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다시 관계가 회복된 일본 샤프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 LCD TV 패널 공급망에서 샤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에 불과했으나 2021년 9%, 지난해 8%, 올해 12%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 받고 있는 중국 CSOT의 비중도 2021년 20%에서 올해 2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주로 저가 LCD TV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HKC 역시 비중이 2020년 11%에서 올해 2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BOE의 기싸움으로 삼성전자의 TV용 LCD 패널 공급망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LG디스플레이의 물량은 늘어나지 않겠지만, 다른 중국 업체들과 대만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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