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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리한테 안된다"…삼성 HBM 점유율 주장에 SK하이닉스 '발끈'


삼성전자 "HBM 점유율 50%"…SK, IR 행사 열어 "시장 선점, 기술력 앞서"
"AMD 등 고객 협업 강화, HBM 시장 선점 주효"…삼성전자, 최근 공정 믹스서 밀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 입니다. 올해만 버티면 괜찮아질테니 함께 조금만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이끌고 있는 경계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발끈했다. 최근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절반에 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 D램 [사진=SK하이닉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비공개 IR을 열고 주요 기관투자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40여 명을 대상으로 HBM에 관한 기술력 설명 세션을 진행했다. 단순히 실적 가이던스나 경영 전략을 발표하던 이전 IR 행사와 달리 HBM 기술 설명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장서도 인정한 SK하이닉스 '기술력'…삼성도 추격 '고삐'

SK하이닉스가 이례적으로 HBM 기술 설명에 나선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반도체 기술·점유율을 놓고 삼성전자를 이끄는 경 사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얘기를 꺼낸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다르게 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이 10%다. 올해 점유율은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3%로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38%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 3세대 16GB HBM2E D램 '플래시볼트' [사진=삼성전자]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으로, HBM3는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에게 HBM2과 HBM2E 제품을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이지만, HBM으로 제품군을 좁히면 SK하이닉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각광 받고 있는 HBM3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비해 대응이 늦어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6월 업계서 첫 양산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 현재 고객사 검증을 받고 있다.

덕분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 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최근에는 HBM3보다 성능·용량을 업그레이드한 HBM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로부터 마이크론과 함께 샘플 입고 요청을 받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 연말 HBM3 양산에 나선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HBM3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4분기부터는 삼성전자도 HBM3 일부 물량을 엔비디아에게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사업장에 배치된 HBM 설비 생산능력을 지금의 두 배가량 확대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AMD 등에 HBM을 납품할 예정으로, 시장 요구에 맞춰 HBM 5세대 제품인 HBM3P도 연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 중"이라며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그간 모바일과 HPC(고성능컴퓨팅)에 주력하면서 HBM은 우선 순위로 두지 않았다"며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한 탓에 SK하이닉스보다 성장성을 늦게 알아본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소 늦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마이크론, HBM 개발·상품기획서 문제"…자신감 드러낸 SK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IR 행사를 통해 HBM 시장에서 얼마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이 이번 행사에서 SK하이닉스 임원진과 나눈 문답을 정리한 리포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단기간 내 이뤄지긴 어렵다고 봤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HBM은 양산 이후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수주향 제품이고, 선행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제품의 검증주체도 과거 인텔, 델 같은 세트 메이커라기보다 고객과 공급자가 같이 수행하는 보다 동등한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 12단 HBM3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이날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대해 "HBM 개발이나 상품기획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경쟁사(삼성전자)가 메모리·로직 반도체 공정을 동시에 제공하는 만큼 HBM의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고객사들은 어느 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GPU)와 TSMC(파운드리), SK하이닉스(HBM) 등 각 분야에서 시장을 이끄는 업체들의 협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내 기술력에서도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 HBM 판매량이 2분기에서 3분기로 가며 약 7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독점하고 있는 HBM3 시장에선 2배 수준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독점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MD 등 고객과 협업을 강화해온 것이 HBM 시장을 선점하게 된 이유"라며 "후공정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했던 HBM에서 팹(Fab)과 패키지 부서들의 긴밀한 소통을 이끌어 낸 것도 시장 우위를 확보하는 데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MR-MUF 방식 패키지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MR-MUF는 SK하이닉스의 HBM 제작 기술로, D램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필름형 소재를 바닥에 까는 방식보다 공정이 효율적인 데다 열 방출도 우수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R-MUF 기술은 현재의 HBM3를 넘어 내년에 출시 예정인 HBM3E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삼성전자가 D램 판가 부분에서 원가 경쟁력이 있지만, 최근 공정 믹스에서 다소 밀리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이 SK하이닉스를 넘어선다는 의미로 경 사장이 내부자료를 토대로 점유율을 공개했지만, SK하이닉스가 곧바로 반격에 나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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