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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도 못 따라 간다"…SK하이닉스, HBM3·DDR5서 '초격차'


HBM3 양산, 전 세계서 '유일'…AI 서버 시장 급성장 속 엔비디아 등 고객사 러브콜 쇄도
DDR5서도 삼성보다 먼저 인텔과 호환성 검증 절차 돌입…공급량 극대화 계기 마련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메모리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최근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공지능(AI)용 서버에 필수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3와 성장세가 높은 고용량 더블데이트레이트5(DDR5)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D램 제조사 중 HBM3를 유일하게 양산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6월 업계서 첫 양산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 현재 고객사 검증을 받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으로, HBM3는 1세대(HBM), 2세대(HBM2), 3세대(HBM2E)에 이은 4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이지만, HBM으로 제품군을 좁히면 SK하이닉스에 밀린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 마이크론이 10%다. 올해 점유율은 HBM3를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53%로 더 높아지고, 삼성전자는 38%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에선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면이 있다"며 "이러한 경향성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12단 HBM3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 주요 고객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 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 중"이라며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HBM3보다 성능·용량을 업그레이드한 HBM 5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로부터 샘플 입고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SK 추격 나선 삼성…올 연말부터 양산 개시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뒤늦게 HBM3 수요 대응에 나섰다. HBM3 제품을 올 연말부터 양산할 예정으로, 이에 맞춰 최근 '스노우볼트', '샤인볼트', '플레임볼트' 등 차세대 HBM 제품명으로 추정되는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 등록을 했다. 현재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 샘플을 출하한 상태로, 시장 요구에 맞춰 HBM 5세대 제품인 HBM3P도 연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보다 성장성을 늦게 알아본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소 늦었던 것 같다"며 "HBM이 챗GPT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거 탑재된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차세대 HBM 제품명으로 추정되는 '스노우볼트' 상표권 [사진=특허청]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생성형 AI 시장은 올해 13조원 규모이지만, 매년 약 50% 수준으로 성장해 2030년 144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HBM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최대 45% 이상 성장할 것으로 트렌드포스는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AI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553억 달러, 2026년엔 86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황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선 HBM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GPU 시장 1위인 엔비디아에 이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강자인 AMD 역시 최첨단 GPU를 내놓으면서 해당 칩에 동반 탑재되는 메모리 칩 시장 확대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AMD가 최신형 GPU 제품 'MI300'의 HBM3 공급 업체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모두 택하면서, 두 업체 모두 나란히 HBM 시장 확대를 가속화 할 기회를 잡게 됐다"며 "MI300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HBM의 경쟁력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인텔이 먼저 찜한 SK하이닉스…DDR5 시장서도 '승기'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에서도 삼성전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 DDR5와 호환되는 인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되며 교체 수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고 판단해서다.

DDR5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10월 세계 최초로 출시 준비를 마친 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도 잇따라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2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세대인 1b나노 D램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그러나 초반 승기는 SK하이닉스가 잡았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D램을 양산하며 인텔 CPU와 DDR5 호환성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텔이 세계 서버용 CPU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0%다. 인텔 서버용 CPU와 합을 맞춰 DDR5 공급량을 극대화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으로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낮췄지만, DDR5를 포함한 차세대 제품 생산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덕분에 시장 내 점유율도 SK하이닉스가 월등히 높다. 미즈호 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DDR5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5%, 삼성전자가 33%였으나, 올해는 SK하이닉스가 46%, 삼성전자가 3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거의 제자리 걸음인 반면, SK하이닉스는 11%p나 늘어난 것이란 관측이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까지 하이닉스의 DDR5 점유율은 확실한 1위를 지속할 수 있고, (HBM으로 인해) 업황 반등 구간에서 가파른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DDR5,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 내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경쟁사와 비교해 올해는 제품 평균판매가격(ASP)과 B/G(빗그로스)를 우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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