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서울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반지하 주택은 쉽게 눈에 띕니다. 세련되고 번듯한 강남 공동주택 단지 인근에도, 다소 외곽지역의 다세대·다가구 집중지역 등지에도 반지하 주택은 즐비합니다. 이들 주택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이번 여름 폭우에 별 탈이 없을까요.
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년이 됐는데요, 올해도 장마철을 앞두고 반지하 주택에서 참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간 정부와 서울시는 위험에 노출된 반지하 주택의 퇴출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했습니다.
서울시가 폭우 피해 방지 대책 중 하나로 반지하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정책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죠. 무려 20만 가구가 넘는 물량을 지상층으로 옮겨야 하는데, 약 50년 넘게 '자발적 주거 형태'로 자리잡은 반지하 주택을 아예 없애도록 할 유인 요소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실제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2015년 펴낸 '반지하 주거개선 방안검토' 자료를 살펴보면, 반지하 주택은 주거비가 높은 지역에서 저렴한 임대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어 무주택 서민들의 자발적인 주거선택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지난 1960년대부터 산업화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주택 부족 현상이 문제가 되면서, 민간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주택 형태라는 겁니다.
또한,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자연재해에 취약한 기존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은 다음 주거지로 반지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사를 할 경우에도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이주, 주거비 절감을 위해 반지하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지하주거의 열악한 환경과 불만족스러운 요건을 감수하고, 주거지의 입지적 강점과 인프라, 관계망에 따른 만족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도 반지하 거주자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선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비적정주거의 사회·공간적 특성과 주거지원 강화방안'에 따르면 '지하주거 거주가구는 주거지원이 가장 시급한 시장소외계층으로 보기 어렵고, 소득수준으로 바로 그 위에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표현했네요. 지하주거는 '소득빈곤과 결합하지 않은 선택적 비적정주거'라는 부연 설명입니다.
특히, 기존 빈민주거와 차별되는 '특이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지하주거 거주가구는 도시확장에 따라 여기저기로 떠밀려 다니는 기존의 수동적 도시빈민과는 다른 선택적 행위자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반지하 주택이 거주자의 자발적·능동적 선택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즉, 누가 이 공간을 왜 선택했는지, 이 같은 주거선택이 어떤 주거 문제를 초래하는지 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무조건 반지하 철퇴'를 외치기에 앞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0년 국토연구원은 "열악한 내부상태의 지하주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공간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주거지원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하주거 거주가구는 내부상태를 희생해서 입지 이점을 추구한다는 점과 과도한 주거 부담을 고려한 주거대안의 사회적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서울시는 향후 10년 이내 반지하 15만 가구가 재개발 등으로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시 관계자는 "반지하가 없어지도록 노력은 하지만 주택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려 상당 부분 지연되고 있다"며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반지하 6만5천가구 중 매년 1천구씩 서울시가 매입할 예정으로, 10년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후진국성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원리를 포용한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