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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대책과 '형평성 논란' [현장 써머리]


"서민층 피눈물에 촘촘한 대책 마련 필요" vs "보증금 떼이는 문제 하루이틀 일 아냐"
"부실한 졸속 입법 만드는 선례 나와선 안 돼" 신중 목소리도…정부 발표에 쏠리는 '눈'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최근엔 전세사기 이슈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이겠죠.

근래에 20~30대 젊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의 책임론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부랴부랴 각종 피해지원 방안과 특별법까지 전세사기와 관련된 대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빠른 속도로 처리될 예정입니다. 이에 맞춰 정부도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네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전세사기 특별법과 관련해 "어느 정도 실무 준비를 거의 마치고,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단이 협조만 해준다면 이르면 이번 주 내 입법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 장관은 "발의하자마자 통과시키는 법은 굉장히 이례적인 입법"이라며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열린 대한변협 전세사기사건 피해자 지원 긴급대책 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가 모처럼 박자를 맞추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야권에서도 전세사기 특별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네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최대한 빨리 5월 본회의를 열어 전세사기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금주 내 국토위에 법안을 상정해 하루라도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실한 졸속 입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없다는 점뿐만 아니라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이냐는 부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사기 피해사례를 수십 년간 다뤄온 법조계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임차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임대차 3법을 비롯해 시장 실수요자들이 법안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쏟아진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과 법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수년간 급증한 부동산 관련 정책과 법, 개정안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구멍이 너무 많다"며 "보호하기 위한 건지, 규제하기 위한 건지 서로 상충하는 부분도 많아 판사들조차 판결이 제각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세사기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대법원까지 올라가 '이 사례는 이렇게 판결합니다'라는 게 명확하게 나와야 하는데 그것조차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부분"이라며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책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섣부른 입법은 오히려 피해자들의 인내와 희생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이 '발의하자마자 통과시키는 법은 굉장히 이례적인 입법'이라고 말한 만큼 정부의 추진력만으로 허점을 촘촘하게 메울 수 있을지, 실효성을 갖출지 깊이 고민해야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또 하나 '형평성' 문제도 놓쳐선 안 되는 부분 같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 대한 책임이 있는 빌라 소유주나, 건축주를 빗대어 '빌라왕', '건축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수백 채에서 수천 채에 달하는 임대 물량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피해액과 피해자들을 양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경매에 넘어가는 전셋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보증금까지 돌려받지 못하면서 금전적 어려움도 겪고 있습니다. 정말 이례적인 입법에 걸맞은 이례적인 사건에 사회적 재난급 이슈로 떠오른 것도 당연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형평성 논란은 시장에 워낙 다양한 케이스가 있고, 발생 시기 또한 제각각이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죠. 전세사기 피해 종합대책에서 다룰 수 있는 사안은 ▲피해주택 경매 낙찰 시 취득세·재산세 감면 ▲각종 비용 면제 ▲우선매수권 부여 ▲LH 매입임대 통한 피해자 주거 지원안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미 매각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피해자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 신청 자격 요건, LH 매입임대 기준 완화 여부와 소득요건에 따른 구제 여부 등에 대한 뚜렷한 기준 제시 등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볼지에 대한 것도 형평성 논란을 부르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전세사기 피해사례 이슈를 다뤄온 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실 전세사기라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발생한 일이 아니다"라며 "물론 수천 채를 웃도는 물량을 가지고 다수의 피해자들을 만들어낸 것은 흔치 않은 사례지만, 그 이하 규모의 피해액, 피해사례는 수십 년 전부터 나왔다"고 말합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나 인천 미추홀구, 화성 동탄, 구리 등 이번에 집단적으로 터져나온 지역의 해당 사안에만 집중할 경우 다른 지역 피해자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발생한 집단 전세사기 피해사례만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인상을 주면, 정부도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꼬집기도 합니다. A씨는 "전세사기는 당장 주거와 관련돼 사안이 심각한 것도 맞다"면서도 "다만, 피해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사기와 사건·사고 건수도 많다.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 청년·서민 대상의 악덕 범죄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시야를 넓게 봐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정부의 따뜻한 관심과 신속한 법안 처리도 필요하지만, 이런 형평성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어야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김예림 법무법인심목 대표변호사도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균형을 맞춘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빌라왕, 건축왕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많은 상황인데, 같은 피해를 봤음에도 피해 규모와 숫자 면에서 밀려나 수사선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회적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정하긴 어렵지만 저리 대출 지원 범위와 대상, 규모 등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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