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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10만채 되면 "위기일까, 기회일까" [현장 써머리]


LH토지주택연구원, 올 5~6월경 주택건설 및 자금시장 위기 불가피 전망
수개월 내 10만채 도달 가능성…"준공후 미분양은 통계치보다 많을 듯"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다방면으로 손쓰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선 분양업계에선 소비자들에게 지금과 같은 시기는 '기회'라는 진단을 하기도 합니다. 매우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달 LH토지주택연구원(이하 LHRI)이 발간한 'LHRI focus' 창간호에 실린 국토부 통계누리 '미분양주택현황보고'를 살펴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포함) 주택은 7만5천359가구로 기존 정부가 내세운 미분양 '위험선'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더 큰 문제는 미분양 증가 '속도'와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입니다. LHRI는 오는 5~6월경 주택건설 및 자금시장 위기가 불가피하다며, 이 같은 미분양 물량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수개월 내 10만 호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월평균 미분양 물량은 8천500호씩 증가했으니 무리한 진단은 아닌 것 같네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 1월 기준 7천546호인데, 1~2개월의 통계 공표 시차를 감안한다면 시장 추정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이처럼 실물경기 침체에 따라 기존 집값은 크게 떨어지고, 원자잿값 인상으로 새 아파트 가격은 올라가는 등 향후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이 '뚝뚝' 떨어지는 분위깁니다.

이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견사, 대형사 할 것 없이 물량 털기에 주력하면서 소위 '마지막 보루'로 불리는 '할인 분양' 카드가 등장하자, 소비자의 고심도 깊어집니다. 실제 미분양 사태를 기회로 봐야 하는지, 위기로만 보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네요.

미분양 물량 성지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이 같은 고민에 빠진 예비 실수요자가 있습니다. 50대 A씨는 인근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시장이 침체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눈여겨보던 새 아파트가 20%라는 파격적인 할인에 나섰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간 A씨는 상담사 B씨로부터 "할인 분양이 시작되면, 이건 기회"라며 "금리가 점점 하락하고, 정부에서 규제를 풀고 있다. 옛날처럼 두 채, 세 채, 네 채 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즉, 상담사 B씨의 말은 미분양 해결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테니, 결국에는 나중에 집값이 올라 지금 집을 산 사람의 자산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또 다른 예비 수요자 C씨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분양 초창기부터 매수를 망설인 단지가 10%대 할인 분양에 나선다고 하자, 대면상담을 위해 주택전시관을 찾았다고 합니다.

C씨는 "상담사가 지난 2008년~2010년 미분양으로 할인 분양까지 한 단지들의 목록을 보여주며, 현재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열변을 토했다"며 "지금 이렇게 입지 좋은 곳에 할인 분양 혜택까지 받으며, 매수하지 않는다면 또 남들이 돈 버는 꼴만 보면서 배 아파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생각이 많아졌다"고 이야기 합니다.

미분양 위기 속에서도, 부동산 호황기에도 선택의 몫은 오로지 소비자에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책임도 소비자가 진다는 것입니다.

실제 발생한 사건을 보면 차익실현도, 피해도 고스란히 '내 몫'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일원 한 단지의 최초 청약 당첨자 D씨는 '계약률이 높아 당장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양관계자의 말을 믿고 계약에 나섰으나, 이 단지의 지난달 중순까지 계약률은 채 20%를 달성 못했네요.

현재는 초창기 분양가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분양하고 있습니다. 이에 화가 난 D씨가 견본주택을 찾아 계약을 해지해 달라며 요청했고,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자 화를 참지 못하고 의자를 집어던져 기물을 파손시켰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지난해 말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한 드라마(재벌집 막내아들)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극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진양철 회장은 "장사꾼이 이문 앞에서 부모, 형제 삼강오륜 다 따져 어떻게 돈을 벌겠나"라고 일갈했더랬죠. 마음을 점점 내어주며 자신과 가장 많이 닮은 손자에게도 "아무도 믿지 마라"는 진심 어린 한마디를 건넵니다.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지역에선 물량을 해소하고자, 중대한 소임을 맡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법에 어긋나지 않고 절차에 따른 혹은 증명하기 어려운 유혹에 넘어갔다면 D씨의 사례와 같이 누군가에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유혹이 많아지고,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미분양이 위기인지, 기회인지 판단은 오로지 개인의 몫입니다. 살아보니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진양철 회장처럼, 아니 그의 손자인 진도준처럼 혜안을 갖춰 슬기롭게 분양시장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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