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첫 경영 행보로 '디자인 전략 회의'를 택했다. 이 회장이 생전 '디자인 경영'을 중요하게 여겼던 만큼 이를 계승해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 R&D 캠퍼스에서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어 미래 디자인 비전 및 추진 방향 등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진 리드카 버지니아대학 다든경영대 부학장, 래리 라이퍼 스탠포드대 디스쿨 창립자 등 글로벌 석학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혁신 사례도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 고동진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대표,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등을 비롯한 세트 부문 경영진과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이돈태 디자인경영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가정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해주는 로봇 ▲서빙·배달·안내 등이 가능한 로봇 ▲개인 맞춤형 콘텐츠 사용 등이 가능한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등 차세대 디자인이 적용된 시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이 부회장은 "디자인에 혼을 담고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며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어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며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자"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사업부별 디자인 전략회의를 진행해 왔으나, 올해 처음으로 이 부회장 주관으로 전사 통합 디자인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는 AI, 5G 및 IoT 기술 등의 발달로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가 빨라지는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평소 '디자인 경영'을 앞세웠던 것도 영향이 컸다. 이 회장은 생전 제품의 성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에는 "앞으로 세상에 디자인이 제일 중요해질 것"이라며 "생산 기술이 다 비슷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같은 해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1995년 디자인학교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설립했다.
또 이 회장은 1996년 '디자인 혁명' 선언 당시 "지금부터 과장 이상은 디자인에 손대지 말라"며 임원들의 간섭을 막았다. 2005년에도 무게, 크기에 집중하는 대신 우수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글로벌 디자인 거점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해 왔다. 이에 현재는 서울, 샌프란시스코, 런던, 베이징, 도쿄 등 세계 7개 지역에서 글로벌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부친의 별세와 연이은 재판 속에서도 미래를 대비하는 경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양한 행보를 통해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디자인이 삼성전자 경쟁력의 핵심 축이라고 보고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이번 회의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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