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업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연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향후 네이버페이 결제 데이터 기반의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권 '메기'를 넘어 '고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인혁 대표는 기존 금융권과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28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연내 자체 대안 신용평가시스템인 'ACSS'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상공인(SME) 대출 상품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67%는 20~30대인데, 이들 대부분이 신 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에 초기 사업자다 보니 오프라인 점포나 매출 등이 없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신용평가회사(CB)가 가진 금융 데이터에 네이버가 보유한 판매자 매출 흐름, 신뢰도 등을 더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 'ACSS'를 구축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기존 CB사 대비 1등급 대상자가 1.8배나 증가했다. 기존 시스템보다 더 많은 사업자가 금융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SME 대출은 기존 핀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대출 시스템과 비슷하다. 판매자가 모바일 앱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ACSS가 판매자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판매자의 약 한 달 매출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준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는 달라질 수 있지만, 네이버는 4~10%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향후 대출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페이 범용성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 대상을 넓힐 것으로 점쳐진다. 최 대표는 "금융업을 잘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네이버페이 결제 데이터가 많다"며 "SME 대출이 잘 되면 추가로 다른 사업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 네이버파이낸셜, 금융권 경쟁자 아닌 동반자될까
이날 최 대표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한 금융권의 견제를 의식한 듯, 금융사와의 협력을 누차 강조했다.
최 대표는 카카오처럼 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금융사 경쟁력에 우리의 기술과 데이터를 조합하는 게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존 금융사와 경쟁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자신도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래에셋 외에 다른 금융사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최 대표는 "향후 1개 금융사만 대출 모집 위탁 계약을 체결토록 한 '대출모집인 1사 전속제'가 폐지되면 미래에셋캐피탈 외에도 다양한 금융사와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서비스가 확대되면 한 금융사보단 여러 금융사와 함께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간편결제 업체들에 소액 후불 결제 기능을 허용한 것을 두고 신용카드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카드사의 주요 고객층이 아닌 신 파일러를 타깃으로 하므로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신용카드 업계 수익 모델인 할부,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은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네이버페이 활성화로 신용카드 결제 대금이 증가하고 있어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페이가 신용카드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업 초기다 보니 금융권의 관심과 우려가 큰데, 규제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면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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