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반등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저점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지속으로 정유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11주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8달러(5.3%) 상승한 35.4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중순 30달러 수준을 회복해 이를 유지하고 있다. WTI는 5월 들어 약 88% 급등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역시 지난달 초 26.44달러에서 지난달 29일 35.33달러로 한 달 사이 약 33.6% 가격이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4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요감소와 WTI 5월물 계약 만기와 맞물려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갔다.
이후 국제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이행으로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는 지난 4월 5~6월 두달간 일평균 970만 배럴 규모 감산에 대해 합의했다. 7월부터 올해 말까지 800만 배럴, 이후 2022년 4월까지 600만 배럴 수준의 단계적 감산을 추진한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반등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원유수요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월 에너지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유수요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모두 2020년 원유수요가 2019년에 비해 8~9%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제마진은 국제유가 반등과는 별개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4주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1.3달러를 기록하며 5월 3주차(-0.4달러)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이로써 정제마진은 3월3주(-1.9달러) 이후 11주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 판매가에서 원유 구입가격을 제외한 가격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낸다. 국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그 이하를 기록할 경우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다. 정유사는 감산과 고정비 감축 등을 통해 시장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유가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낮다"면서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원유수요 증가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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