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최은정 기자] LG그룹의 성장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한 우물만 파던 사업전략에서 벗어나 제휴 영역을 확대해 미래사업의 경쟁력을 구축하는 방향이다. 재계에서는 4세 경영 체제를 안착 중인 LG그룹이 구광모식(式)의 성장 해법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LG그룹이 미래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LG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은 구 회장이 가장 깊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취임 이후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던 구 회장이 대외 행보의 첫 행선지로 잡은 곳은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를 담당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연구개발(R&D) 단지 'LG사이언스파크'였다. 지난 연말 구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도 미래 준비를 위한 포석이 강했다.
최근 잇따라 LG그룹이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로봇 사업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의 로봇 사업은 지난해 5월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직후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시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 인수를 공식화하며 로봇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지난 2017년 3월 웨어러블 로봇 분야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와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초에도 국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12%를 가져갔다.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동력구동장치)'를 독자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다.
연장선상에서 지난달 30일 LG전자는 네이버 기술연구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와 로봇 분야의 연구개발과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협력(MOU)을 맺었다. LG전자와 네이버랩스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양사의 전시부스를 서로 방문하며 협업 방안을 모색했고, 이번에 본격적인 사업협력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게 됐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LG전자가 개발하는 다양한 로봇에 네이버의 ‘xDM(eXtended Definition & Dimension Map)’을 적용하는 등 로봇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관련 사업도 추진한다. ‘xDM’은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고정밀 위치·이동 통합기술플랫폼이다.
LG전자는 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가 네이버랩스와 협력한다. 이 조직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새로운 로봇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로봇 관련한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됐다.
LG전자는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도 발표했다. 애플기기 사용자가 LG전자의 인공지능 TV에서도 애플 모바일 운용체계(OS) '아이오에스(iOS)'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LG전자는 지난해 자체 AI 서비스인 'LG 씽큐'와 구글의 어시스턴트를 스마트TV와 스마트폰에 적용한 데 이어 아마존 알렉사까지 채택했다. 미래 신성장으로 육성 중인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에서도 MS와 협력해 AI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타업종과 제휴를 통한 미래 사업 발굴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14일 LG그룹은 KB금융그룹과 디지털 신(新)기술에서 손을 잡았다. 타업종을 대표하는 그룹 간의 사업 협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측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기술적, 사업적 역량을 토대로 고객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타 업종과의 컨소시움을 구성해 상품과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양 사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인프라 설계’를 첫 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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