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가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의 승진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LG그룹에 따르면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당초 공시된 안건대로 구광모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김상헌 전 네이버 사장의 사외이사 선임 건만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임시주주총회 후 열리게 될 이사회에서 구 상무의 향후 직급·직책 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어떤 직급·직책에서 향후 LG그룹의 4세 경영을 이끌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직급으로는 사장부터 회장까지 두루 언급된다. 대표이사 선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단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구 상무의 소속은 LG전자에서 ㈜LG로 바뀌게 된다.
이사회를 통해 구 상무의 향후 직급·직책이 정해질 계획인 가운데 아직 이사회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다. LG그룹 관계자는 "이사회가 임시주주총회 이후 열리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언제 이사회를 개최할지,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구 상무가 무사히 승계 준비를 마무리한다고 하더라도, 4세 경영 체제가 자리잡기 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구광모 체제'의 연착륙을 도울 것으로 예상되는 LG그룹의 부회장단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시스템을 갖춘 만큼 구 상무 체제로 가더라도 이 같은 기조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현회 ㈜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전문경영인으로서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이 중 특히 하현회 부회장의 역할이 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회장단 중 유일하게 사내이사인데다가, 지난 4일부터 구본준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의 사업보고회를 주재하게 됐다. 다른 부회장들도 4세 경영의 연착륙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가운데 구광모 상무는 그룹의 리더로서 향후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광모 상무는 지금까지 LG전자 재경부문, 뉴저지법인, HE사업본부, H&A사업본부와 ㈜LG의 시너지팀·경영전략팀을 거쳤고, 올해 초 ID(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부임하는 등 그룹 내 다양한 곳에서 몸담았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한때 실리콘밸리 내 벤처기업에 근무한 적도 있다.
구광모 상무가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LG그룹의 신사업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로봇·자동차 전장사업이다. 이미 이러한 움직임은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로봇 스타트업에 잇따라 지분을 투자하고,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 업체인 'ZKW'를 인수하면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에 신임 사외이사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선임한 것도 김 전 대표의 네이버에서의 경험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으로 4세 경영이 시작될 경우, 구광모 상무의 숙부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사다.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상 장자 이외의 회장단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구본무 회장이 지난 1995년 취임할 당시에도 그룹 경영에 참여하던 구 씨 일가 회장들은 모두 명예회장이나 고문으로 일선 경영에서 손을 뗀 바 있다.
더욱이 구 부회장이 최근 상반기 사업보고회 주재를 하 부회장에게 위임하면서, 계열분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LG상사, LG이노텍 등이 계열분리의 핵심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LG의 7.72% 주식을 교환해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이다.
다만 계열분리가 결정되더라도 실제 실행에 옮겨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1~2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실제 분사를 한 것도 구 회장의 취임 1년 뒤인 1996년이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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