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최근 5년 간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연봉킹'을 퇴직 임원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현역 사업부 수장이 성과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보상을 받아 보수총액 1위에 올랐지만, 최근엔 퇴직금을 정산 받은 전직 임원이 더 많이 받게 것이다.

11일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보수총액 1위는 80억3600만원을 수령한 경계현 고문이다.
경 고문은 전직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이다. 지난해 DS부문장에서 물러나며 퇴직금 52억7200만원을 정산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부터 5년 연속 퇴직임원이 연봉킹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에는 권오현 전 회장이 퇴직금 93억원을 포함한 보수 172억3300만원을 받았고, 2021년에는 고동진 전 사장이 퇴직금 64억3500만원을 더한 118억3800만원을 수령했다.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정은승 전 사장(80억7300만원·퇴직금 49억8500만원 포함), 김기남 전 회장(172억6500만원·퇴직금 129억9000만원 포함)이 연봉킹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임원 퇴직금은 기준 급여 9900만원에 재직 기간을 곱한 금액이다. 또 기여도에 따라 이 금액에 지급 배수(1~3.5)를 곱해 최종 산정한다.
대표이사나 사업부장에 오른 임원은 대부분 10~20년을 근무한 만큼 퇴직금으로 적어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다만 2014~2019년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당시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을 이끄는 부문장들이 그해의 연봉킹까지 차지했다.
수십 년치 퇴직금을 압도하는 성과와 파격적인 보상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014년 연봉킹은 '갤럭시의 아버지' 신종균 전 부회장(IM부문장)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당시 급여 17억2800만원, 상여 37억3200만원, 기타 근로소득 91억1300만원 등 145억 7200만원을 수령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가 1위에 오른 공로로 받은 1회성 특별상여가 기타 근로소득에 포함됐다.

2015~2019년까지는 권 전 회장이 매년 연봉킹을 차지했다.
권 전 회장은 DS부문장으로 일한 △2015년 149억5400만원 △2016년 66억9800만원 △2017년 24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종합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70억3400만원, 46억3700만원을 받으며 연봉킹 자리를 지켰다.
특히 2017년 받은 244억원은 재계를 통틀어 최고 금액이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권 전 회장에게 △급여 18억4000만원 △상여 77억1900만원 △기타 근로소득 148억2100만원(1회성 특별상여 포함) 등 244억원을 안겼다.
이때 권 전 회장이 받은 특별상여금 148억2100만원은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해 영업이익 50조원 달성에 기여한 결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초(超) 호황기인 '슈퍼 사이클' 기간이었던 점도 통 큰 특별상여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성장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특유의 파격적 보상 기조도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을 돌파했지만 10년이 넘도록 200조원대에 머무르다 11년째인 2022년 300조원 고지를 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매출 200조원을 돌파했을 때 각 증권사 담당자들을 호텔신라로 초대해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열고 매출 300조원 돌파를 약속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10년이 넘게 200조원대였다"며 "스마트폰, D램이 세계 1위를 지키곤 있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해 내부적으로도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치열하게 일해 성과를 내면 파격적인 보상을 주는 대표적인 회사였는데 요즘은 그런 인상이 덜한 게 사실"이라며 "성과가 없는데 파격적인 보상을 어떻게 주겠냐"고 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7년 이후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자 8년째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였던 2016년에는 11억3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