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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주69시간 추진에 게임업계 뒤숭숭…'크런치모드' 우려도


최장 69시간 근로로 게임 개발 장점 기대...일각에서는 장시간 노동 지속 우려

[아이뉴스24 문영수,박예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시간 개편안이 게임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개발 경쟁력 향상과 금전적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는 반면 '크런치 모드'로 대변되는 노동 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출시·업데이트 등 촉박한 일정에 맞춘 초과 근무 관행으로, 게임업계 근로자의 건강 악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성남시]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성남시]

◆ 긍정적 시각 "집중 근무 가능케하는 근로시간 유연화…경쟁력 향상"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를 개편해 최대 69시간까지 일하는 쪽으로 정부가 근로시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게임 업계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일정에 쫓기는 게임 개발의 특성상 주단위 근무 시간이 연장되는 것은 숨통을 트여주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규모가 크지 않은 개발사들은 근로여건이 좋지 않은 편인데 근로시간이 연장되면 크런치 모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 근로의 성격이 강한 게임 업계의 특성이 이번 개편안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 시 1주 최대 노동시간을 최장 69시간까지 집중 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근론 시간 총량은 늘지 않지만 특정 기간 집중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되는 만큼 개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업계는 신규 콘텐츠 출시나 공개에 앞서 제작·개발 등에 집중적으로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며 "근로시간을 여유롭게 적용할 수 있다면 내부 스케줄과 환경에 맞춰 콘텐츠 생산에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노사 합의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과도한 노동에 대한 우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짜 야근'의 주범이라 불리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된 게임사의 경우 오히려 추가 근무를 선호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 주 40시간 근무가 이뤄지는 게임사 근로자 야근을 자처해 수당을 받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성남시]
판교역 전경 [사진=성남시]

◆ 근로자 "돈만 잘 챙겨주면 '땡큐'" vs "휴가 보장 불투명해 과로 누적"

근로자 사이에서도 찬반은 엇갈리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2 게임업계종사자 노동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유연화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종사자는 56.3%,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종사자는 43.7%로 긍정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정적 인식은 총 근무시간 증가 우려(54.9%), 추가 근무에 대한 금전적 보상 불확실(24.4%) 등이 이유다. 긍정적 인식의 이유로는 업무시간 유동적 조절(51.1%), 더 많은 금전적 보상 확보(29.6%)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대다수 주요 게임사가 근로시간을 본인에 맞게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데다, 주 69시간 근무 후 장기간의 휴무는 게임업계에서도 비현실적이라 결국 근로시간만 늘게 된다는 점에서다.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지회장은 "유연성 면에선 이미 IT업계는 주52시간 근로제를 바탕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지만 보상휴가제도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 마당에 연장근로 시간이 늘어나면 쉬고 싶어도 못 쉬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보상휴가제는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없어 2021년 기준 도입률이 5.1%에 불과하다.

이미 주52시간 근무제와 팬데믹 이후 도입된 재택근무를 경험한 젊은 근로자들이 최장 주69시간의 근무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개발 문화가 바뀌었는데 제도는 뒤로 후퇴해 현장에서는 충돌이 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설령 주69시간제가 시행된다 해도 개발자들의 생각에 반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가 부재하고 포괄임금제를 여전히 유지하는 중소 게임업체 종사자는 악화된 노동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영호 웹젠 노동조합 지회장은 "지금도 이미 퇴근 기록을 찍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근무시간도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시간 상한을 늘리는 건 근로자에게 과도한 업무부담"라면서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 게임사에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크런치 모드' 강요 위험…경계 허물어지면 연장근로 반복 가능성"

학계에선 이러한 주69시간제로 결국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크런치 모드'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기존에는 주 단위라는 '칸막이'를 통해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 회사가 야근을 쉽게 시키는 등 연장근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69시간제에서도 '칸막이'를 지키기 위해 근로시간을 일일이 관리·감독하는 일은 게임업계에서 비현실적인 데다, 근로자들의 동선이나 쉬는 시간까지 철저히 감시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크런치 모드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관리의 경계가 흐려지면 이를 강요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의 제도 개편안이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최장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용자와 갑을관계에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 '장기휴가 활성화' 같은 방안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공론이거나 국민을 기만하는 발언"이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시간 개악을 국회에서 철저하게 막겠다"고 말했다.

/공동=문영수 기자(mj@inews24.com),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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