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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청자는 기다리는 것 싫어한다"


'오리지널' 카드 '승부수' …"넷플릭스 韓시장 영향력 커질 것"

[성상훈기자]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전에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시청자들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개최된 넷플릭스 미디어 데이에서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가 강조한 말이다.

넷플릭스는 한 시즌의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한편씩 내보낼 지, 전부 묶어서 내보낼 지 고민하다가 묶어서 내놓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이를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첫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오브카드'가 탄생했다. 물론 실질적인 첫 오리지널 시리즈는 '릴리해머'지만 하우스오브카드만큼의 히트를 기록하진 못하다보니 시청자들의 기억에 잘 남지는 않았다.

사란도스 CCO는 "책읽던 시절을 기억해보라. 오늘밤 3장 읽고 나머지는 나중에 읽곤 한다"며 "책을 한 챕터씩 제공하지는 않지 않는가. 만약 그렇게 책이 나오면 나같아도 읽기 싫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란도스의 이 한마디는 국내 미디어 콘텐츠 제작 시장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빈지뷰잉(binge viewing)'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빈지뷰잉은 폭식을 뜻하는 '빈지'와 보다를 뜻하는 '뷰잉'의 합성어다. 드라마를 첫 회부터 끝까지 한번에 몰아보는 시청 행태를 뜻한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 시청 행태를 분석한 결과 시즌1에서 시즌4까지 총 40편을 시청하는데 걸린 평균 기간은 13일에 불과했다.

3일만에 40편을 모두 시청한 고객도 있다.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몰아보는 경향을 더욱 두드러진다.

CJ헬로비전 VOD 서비스 '티빙'에서도 몰아보는 이용자들은 국내 드라마가 165% 늘었고 해외 드라마는 290% 증가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만큼 모바일로 VOD 콘텐츠를 몰아보는 시청 행태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본방보다 재방 시청률이 높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국내 시장 승부수 '오리지널 시리즈'

이 같이 넷플릭스의 한편 전체를 묶어 내놓는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동일하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이다.

사란도스 CCO는 "한국 시장에서도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겠다"며 "많은 업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올해가 가기 전 많은 것들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우스오브카드, 데어데블, 마르코폴로 등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그동안 넷플릭스의 핵심 콘텐츠로 경쟁력을 발휘해왔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것은 국내 인지도를 상승 시키기 위한 홍보 무기이자 잠재적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훌루, 아마존, dTV 등 현지 VOD 서비스에 밀려 큰 성공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재팬 지사장은 지난달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일본 내 넷플릭스의 인지도는 제로에 가까웠고 VOD가 널리 보급되지도 않았다"며 "특히 로컬 콘텐츠가 강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언급했다.

아마존 재팬도 지난 5월 일본에서 넷플릭스를 겨냥해 오리지널 시리즈 20여편을 대거 공개한 것도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있어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도 넷플릭스 인지도는 높지 않다. 당장 주변에 넷플릭스가 뭐냐고 물으면 오히려 그게 뭐냐고 답하는 이가 더 많을 정도다.

현지 스타들을 동원해 만든 블록버스터 콘텐츠 하나가 어지간한 광고보다 큰 홍보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가 들고 나온 전략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또 하나 지켜볼 부분은 '투자' 부분이다. 하우스오브카드의 경우 1억달러(1천146억원)를 투자해 만든 작품으로 TV 콘텐츠가 아님에도 미국에서 에미 어워즈를 수상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투자해 현지 촬영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도 5천만달러(579억원)를 투자했다. 국내 영화 기준으로 볼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국내 TV 드라마 평균 제작비가 20회 기준으로 100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한국형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시 이를 한참 웃도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진다.

제작 환경도 다르다. 사란도스 CCO는 "처음 제작할 할때 크리에이터들을 번거롭게 하거나 방해하지 못하게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보장한다"며 "이들이 다른 미디어 환경에서 누리지 못한 자유를 넷플릭스에서 누린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어벤저스에 출연하면서 주가를 올린 배우 수현은 29일 열린 VIP 시사회를 통해 "해외 촬영이 많아 외로운점도 있었지만 넷플릭스 제작 환경은 바쁜 스케줄로 이어지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고 같은 의견을 표시했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 환경이 국내 콘텐츠 제작환경과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예상컨데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면 상당한 반향을 불러올 것은 분명하다.

기술적인 강점도 뚜렷하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4년부터 4K 콘텐츠를 제공해왔고 현존하는 OTT 사업자중 유일하게 HDR(명암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오리지널 시리즈라 할지라도 전세계에 곧바로 서비스 된다는 점에서 국내 제작사들과 방송사들조차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의 자신감

이번에 방한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누구'와 먼저 사업을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의 모든 IPTV와 유료방송 사업자들과 사업하길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이스팅스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한마디다. 국내 유료방송사업자 딜라이브와의 제휴도 '시작'일 뿐이라는 의미다. 전세계 대부분의 스마트TV 리모콘에 넷플릭스 버튼이 달려있듯이 넷플릭스 서비스는 우군을 가리지 않는다.

많은 언론들이 왓챠, 티빙, 옥수수 등 국내 VOD 서비스를 경쟁자로 겨냥하며 보도를 하고 있지만 헤이스팅스 CEO는 이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헤이스팅스 CEO는 "모든 엔터테인먼트 사업자가 우리의 경쟁자"라고 말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VOD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역할과 콘텐츠 제작자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서비스 비교보다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국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오리지널 시리즈는 분명 강력한 콘텐츠임에는 사실"이라며 "국내 IPTV 셋톱박스 리모콘에도 스마트TV처럼 넷플릭스 버튼이 달리게 될 날이 머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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