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CJ그룹이 한국 맥도날드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외식 계열사인 CJ푸드빌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해외 투자로 적자에 놓이자 국내 외식사업에서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얻어야 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한국 맥도날드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진행한 예비 입찰에 최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현재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직영사업을 매각해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직접 운용보다 위탁 사업자를 통해 로열티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국 법인은 현재 직영점 400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각가는 최대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서 내다보고 있다.
CJ그룹 내 한국 맥도날드 인수 주체는 CJ푸드빌로, 그동안 '비비고' 등을 앞세워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 2011년 이후 4년째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218억원, 영업손실 4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또 작년 말 50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CJ푸드빌은 7개 해외법인들이 모두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이들 법인에 총 348억원의 신규 투자금을 수혈했다. 지역별로는 베트남 법인 99억원, 싱가포르 법인 79억원, 베이징 법인 59억원, 미국 법인 58억원 등이다. 총 현금출자 규모는 지난 2014년 104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CJ푸드빌은 현재 해외에서 뚜레쥬르, 비비고, 투썸커피 등의 매장을 선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보인다. 특히 베이징 법인 손실은 지난해에만 83억원을 기록, 가장 손실액이 컸고 나머지 해외 계열사들도 10억~30억원대 손실을 냈다. 이로 인해 국내 CJ푸드빌의 자금 사정도 빠듯해진 상태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을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사업 환경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한데 따른 리스크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CJ그룹은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는 한국 맥도날드를 인수함으로써 CJ푸드빌의 국내 자금력을 높이고자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CJ 한 관계자는 "한국 맥도날드를 인수하면 국내에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회사의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향후 다른 브랜드로 해외 진출을 할 때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그룹과 한국 맥도날드의 거래 구조와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본입찰까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맥도날드 측에서 매각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예비 입찰에는 화학업이 주력인 KG그룹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아직까지 인수의향서를 접수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중국과 한국 맥도날드를 패키지로 파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과 한국 맥도날드를 모두 인수하겠다는 곳이 나오면 CJ가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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