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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수]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게임사들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환호하는 이용자들, 게임사에 필요한 것은

[문영수 기자]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의원이 지난 9일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산업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셧다운제, 4대 중독법과 같은 게임 규제들이 발의될 때마다 게임사를 편들었던 이용자들이 이례적으로 정치권을 두둔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게임사와 이용자간 누적돼온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나타난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환호하는 이용자들의 반응은 그동안 맹목적으로 수익성만을 쫓아온 국내 게임업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극악의 '확률' 장사를 시도하는 뭇 게임사들의 행태에 게임업계가 먼저 나서서 제동을 걸어야할 때라는 지적이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현재 게임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방향 만큼은 분명하다.

최근 일부 게임사가 도입한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국내 모 대형 게임사가 서비스 중인 이 게임은 다수의 확률형 아이템으로 총 9개의 '유물'을 수집해야 다시 한 번 더 다섯 개의 확률 박스 중 하나를 열어볼 수 있는 이중 확률 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다.

각 유물을 모두 모으는데도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고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려면 유물 9개를 걸고 다시 한 번 더 확률 놀음을 해야 했다. 미성년자가 수천만 엔을 결제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컴플리트 가챠'(확률형 아이템으로 수집하는 재료를 모아 더욱 희귀한 아이템을 얻는 수익모델)까지 연상시킨다. 일본은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해당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강도높은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

국내 게임업계도 자율규제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지난해 11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2015년 상반기 중 추진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5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업계가 도입할 자율규제의 맥락이 공개될 때도 됐건만 여전히 자율규제의 세부적인 사항 등은 '오리무중'에 가깝다.

이 와중에 정치권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었고 게임업계는 '자율규제를 앞두고 초를 친다'며 반발하는 모습만 보였다.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도입한다고 했으나 결국 이를 지키지 않았던 '양치기' 행보를 이번에도 되풀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지난해 11월 자율규제를 추진하겠다는 발표 이후에도 수위 높은 확률형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어 이같은 상황이 이미 현실화 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막아내기 위해 게임업계에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명분이다. 정부 규제 없이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K-IDEA가 지난해 밝힌 자율규제안은 전체 이용가 게임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내역을 공개하고, 게임 진행상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이나 통상적인 게임을 통해 획득할 수 없는 특정 아이템을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컴플리트 가챠와 유사한 겹 확률 아이템의 배제와 더불어 필요하다면 확률형 아이템의 각 확률을 먼저 표기하는 강수도 염두에 두는 등 보다 강력한 자율규제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법으로 강제화되기 전 게임업계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력한 자율규제가 마련된 뒤에는 이를 지키고자 하는 대형 게임사들의 노력 또한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시장을 이끄는 선도 게임사들이 먼저 나서서 확률형 아이템을 대체하는 수익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내놓는다면 중소 개발사들 또한 자연히 이를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같은 노력도 없이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맹목적으로 비판한다면 어떠한 설득력도 가지기 힘들다. 같은 편인 게이머들 마저 등을 돌릴 우려가 크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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