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휴대폰 교체가 급하지 않으면 대부분 발길을 돌린다.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나빠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이동통신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4천524건. 단통법 시행 직전인 9월22일~26일의 하루 평균 번호이동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자 2012년 1월 이후 최저치다.
이튿날인 2일 이통사 대리점·판매점은 전날의 썰렁함이 이어졌다. 개천절 연휴를 앞두고 강남역 일대는 연휴 전날을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북적였지만, 이통사 대리점은 한산했다.
강남대로에 위치한 50여평의 대리점엔 직원 10여명이 뿔뿔이 흩어져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단 한명의 직원이 고객을 응대했지만, 그마저도 기대 이하의 보조금 액수를 확인하곤 발길을 돌렸다.
역삼역 부근의 휴대폰 대리점주는 "단통법 시행 전 개통수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라며 "이대로라면 다음주에 보조금이 오른다 해도 그 수준은 1만~2만원으로 예상돼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첫주 이통3사는 갤럭시S4, LG전자 G3 등 최신폰에 8만~11만원의 보조금을 책정했다. 이통3사는 한번 책정한 보조금을 일주일간 유지해야 한다. 이번주에 SK텔레콤의 LTE100 요금제(월 10만원) 요금제에 가입하면서 출고가 95만7천원인 갤럭시노트4를 구입해도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11만1천원에 그친다.
보조금 상한선인 30만원에 한참 못미치는데다, 단통법 시행 전 지급된 보조금이 보통 20만원대 후반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강남역 부근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고객의 상당수는 최신폰 구매를 원하는데 구형폰에 비해 적은 보조금이 책정됐다"며 "단말기 가격은 그대로인데 보조금만 줄어든 상황에서 단말기가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는 고객을 어떻게 붙잡겠냐"고 하소연했다.
이 직원은 "예전에는 번호이동에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줬지만 이제는 기기변경과 차이가 없다"며 "공기계가 있으면 단말기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되니 어디서 사야되냐고 묻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통3사는 기기변경을 원하는 장기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착한기변', '좋은기변', '대박기변' 등의 제도를 없앴다. 예를 들어 SK텔레콤 장기가입자가 기기변경을 할 경우 단말할부금을 최대 26만원을 받을 수 있었던 '착한기변'은 단통법 시행과 동시에 사라졌다.
대신 이통사 대리점에선 고가 요금제와 단말기할부가 연동된 요금제를 소개했다. 실제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69요금제를 쓴다는 기자에게 '클럽 T85'요금제를 제안했다.
'클럽 T85'는 18개월 동안 스마트폰 교체없이 월8만5천원(부가가치세 포함 9만3천500원)을 내면 100만원 이하의 단말기로 교체할 수 있는 요금제다. 18개월간 총 납입할 금액은 168만3천원으로 요금에는 통신요금과 단말기할부금, 분실보험, 영화관람료 등이 포함돼있다.
대리점 직원은 "단통법 이전에는 기변이 나을지 번호이동이 나을지 다양하게 비교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가입형태에 상관없이 동일한 보조금이 지급돼기 때문에 영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동대문 일대 이통사 대리점 일부는 저녁 7시가 갓 넘은 시간임에도 셔터를 내린 곳이 눈에 띄었다. 동대문 인근 이통사 대리점 점주는 "일주일간 이럴텐데 일찍 접고 들어가서 쉬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푸념했다.
다만 대리점 직원들은 최소한 '폰팔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리점에서 2년간 일했다는 20대 직원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보조금을 주니 이젠 고객들에게 당당하게 정책표를 꺼내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이제는 우리를 믿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장에선 보조금 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단통법에 따르면 고객이 잘 볼 수 있도록 단말기 기종과 요금제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공시를 담은 알림판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날 찾은 상당수의 대리점에선 단말기 10여대의 보조금 정보가 빽빽하게 담긴 A4 한 장으로 공지를 대신하고 있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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