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제조사들의 스마트폰들은 비슷해져 가고 있다. 날렵하고 얇아진 스마트폰들은 겉모습 자체에서는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대신, 내부적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능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 MWC에서 단말사들의 신기능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광학 손떨림 보정 기능, 지문인식 기능, 슬로우 모션 편집 기능, 4K 비디오 녹화 기능, 2K 디스플레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세세한 기능들의 차이가 선두업체와 기타업체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선두 업체들도 고급형과 보급형 단말을 차등화함으로써 고가와 저가 시장을 동시에 넓혀 가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의 전시는 여러 협력사들과의 생태계를 보여줌으로써 타업체들과 단연 차별화되는 면을 보여줬다.
플랫폼 면에서는 윈도, 파이어폭스OS, 타이젠, 우분투 등이 제 3의 플랫폼의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S5 발표와 더불어 여러 제품군을 전시하고, 협력 업체들과 함께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삼성의 전시는 여타 업체들과 크게 차별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전시관 뿐만 아니라 앱 플래닛 전시관에서도 앱 개발 관련 기술들을 별도로 전시함으로써 기기, 소프트웨어 그리고 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전시를 보여주는 부분도 또한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갤럭시 S5는 방수방진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으며, 1천6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또한 지문인식 기능과 심박수 측정 센서를 탑재하여 보안 및 헬스 케어와 관련된 기능을 강화했다. 겉모습 자체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스마트폰 혁신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녹스(KNOX) 관련 기술 전시를 크게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녹스 기술은 하나의 스마트폰에서 업무용, 개인용 환경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업무 보안이 중요시되는 관공서, 회사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개인대상 시장이 포화되고 있기 때문에,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바라보는 녹스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 성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
LG의 전시에서는 올해를 대표하는 G-플렉스, G 프로2 를 비롯해 G 프로 미니, L시리즈 등 여러 보급형 단말기까지를 다양하게 전시했다. G-플렉스에 대한 시장 조사기관의 평가가 매우 좋아서 올해 시장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모습이다.
G프로2에는 화면을 두드리는 위치와 순서에 따라 잠금 해제가 가능한 '노크 코드' 기능을 선보였으며, 또한 4k 동영상 촬영과 손떨림 방지 기능(OIS) 및 내츄럴 플래시, 슬로우 모션 등 카메라와 관련된 기능들을 강화했다. 또한, 1W급의 내장 스피커를 탑재해 기존 지프로 대비 30%의 출력을 낼 수 있도록 하였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노키아
시장 부진에도 불구하고 노키아 전시에는 활기가 느껴진다. 최근에 출시한 루미아 1520을 비롯하여 여러 단말기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또한 OIS 기능을 처음 탑재했던 노키아답게 카메라 기능에서는 돋보이는 시연을 보여줬다.
제3 플랫폼 경쟁에서 윈도폰이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인 사실이다. 여전히 앱 수익 분배를 7(개발자):3(MS)을 고수하고는 있지만 언제든지 MS의 전략 변화가 있다면 풍부한 개발자와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노릴 수 있다. 향후, 수익 분배율과 이동통신사 합작 등에 대한 MS 전략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화웨이·ZTE·레노보 등 중국 업체들
올해 중국 업체들의 전시는 예년보다 평범한 편이다. 화웨이의 Ascend P7 도 전시되지 않았으며, 크게 이슈되는 폰들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하드웨어적인 차이는 거의 없으며, 소프트웨어 성능도 많이 향상되고 있다. 세세한 신기능면에서는 선두업체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ZTE의 손떨림 보정 기능 전시 등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저가폰 이미지를 벗고 고가폰으로 도약하려는 화웨이, 파이어폭스 OS, 타이젠 등 새로운 플랫폼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ZTE, 모토롤라 인수와 VIBE Z 발표로 한단계 도약하려는 레노보 등 중국 업체들과 2위권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파이어폭스
시장조사 기관들은 2013년 파이어폭스폰의 성장에 대해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비해서 파이어폭스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시장 진입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파이어폭스 관계자는 "안드로이드나 iOS의 폭발적인 성장을 파이어폭스 OS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도 "타이젠 등이 상용화를 못하고 있는데 비해서 파이어폭스는 4개 제조사에서 만들어진 폰이 15개국, 7개 이동 통신사를 통해서 서비스 중이며 향후 제3플랫폼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MWC 개막전 파이어폭스는 25 달러 폰 개발을 발표했다. 25달러폰은 향후 시장에서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에도 주요 폰들이 100달러 미만의 가격에서 판매가 되고 있어서, 저가폰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폰의 완성도나 앱 디자인 면에서 아직 고가폰의 이미지를 가지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iOS, 안드로이드와 차별화되는 저가폰 시장에서의 성장은 예측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를 위협하는 플랫폼으로의 성장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우분투폰
재미있는 기술로만 여겨졌던 우분투폰은 어느덧 시제품을 만들어 내고 이동통신사를 통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시장에서 보여준 여러 제품군과 제휴 이동통신사들은 제3플랫폼으로의 우분투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계자는 스페인 제조사 비큐 와 중국 제조사 메이주를 통해서 출시 예정이며, 올 하반기 상용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리눅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 가능성도 우분투폰의 큰 장점이다.
◆타이젠
타이젠폰의 공식적인 상용화 발표는 없었지만, 타이젠 전시관에서는 두 개의 타이젠폰 모델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삼성과 ZTE의 타이젠 폰들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격적인 면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 성능의 면에서는 우분투폰이나 파이어폭스폰보다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향후 이동통신사와의 협력이 타이젠 상용화와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키워드…스마트폰 제조사의 혁신 노력, 제3플랫폼 성장가능성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외형적인 부분보다는 내부적인 진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근접터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생체인식 기술 등은 향후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주요 키워드로 예상된다.
안드로이드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결국 구글의 수익 분배 요구로 이어졌다. 향후 이동통신사들과 단말 제조사 간의 연합을 통한 탈 안드로이드 움직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윈도, 파이어폭스OS, 타이젠, 우분투 등이 이동통신사, 단말제조사 등과 협력하면서 또 다른 플랫폼을 성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되는 올해, 우리나라 업체들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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