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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구원투수 존 첸, 회사 살려낼까?


기업회생 전문가…몰락 직전 사이베이스서 능력 발휘

[김익현기자] “존 첸이 대체 누구지?”

휘청거리던 거함 블랙베리가 매각 계획을 포기했다. 지난 9월부터 협상 중이던 캐나다 보험회사 페어팩스파이낸셜 컨소시엄이 인수를 포기한 때문이다. 페어펙스는 블랙베리 지분 90%를 4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대신 페어펙스는 1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면서 블랙베리 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계획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존 첸이다.

존 첸은 물러나는 토르스텐 하인즈 최고경영자(CEO)를 대신해 당분간 블랙베리를 이끌게 됐다.

◆사이베이스 부임 13년 만에 멋지게 회생시켜

존 첸이 자신의 능력을 대외에 널리 알린 것은 사이베이스 때문이다. 한 때 오라클 등과 경쟁하던 사이베이스는 1990년대 후반 급속하게 몰락했다. 이 때 사이베이스가 선택한 인물이 존 첸이었다.

존 첸이 1998년 사이베이스 CEO로 부임할 당시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더버지에 따르면 당시 사이베이스의 시가 총액은 3억6천2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존 첸은 13년 동안 사이베이스를 잘 이끌었다. 그 덕분에 지난 2011년 58억 달러를 받고 SAP에 회사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존 첸이 사이베이스를 살린 비법은 지금 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모바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조금씩 내실을 다지는 방법을 사용했던 것.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바일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도입하는 게 수월한 건 아니었다고 더버지가 평가했다.

분석이나 모바일 서비스 같은 고성장 분야를 선택한 뒤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방법. 이게 존 첸이 사이베이스를 살릴 때 쓴 방법이다. 블랙베리가 존 첸을 택한 건 이 방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랙베리와 사이베이스 상황 비슷" 평가 많아

더버지 역시 현재 블랙베리가 처한 환경이 첸 부임 당시 사이베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기업 고객 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까지 닮았단 것이다.

첸은 2012년 사이베이스를 떠난 뒤에는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에 합류했다. 실버레이크에서 오래 몸 담진 않았지만 이 곳에서도 기업 회생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쌓았을 것이라고 더버지가 평가했다.

위기 상황에 올라와 상대 타자들을 무력화시키는 마무리 투수. 그리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포수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 핏 속에 마무리 투수 기질이 흐르고 있는 선수들은 이 순간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는다.

‘오바마 폰’으로 불리면서 한 세대를 풍미했던 블랙베리는 지금 9회말 투아웃 만루 위기에 내몰려 있다. 과연 존 첸은 이 위기를 잘 이겨내고 또 한 차례 ‘마무리 투수 DNA’를 보여줄 수 있을까? 당분간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을 지켜보는 많은 관중들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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