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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변호인 긴급 교체…막판 승부


이공현 前헌법재판관 선임…재판부 신뢰 회복 노려

[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사진) SK(주) 회장이 항소심 변론 종결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가운데,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16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15차 공판에서 최 회장 측은 이공현 변호사(64세.연수원 3기)를 선임, 이날 오전 변호사 선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헌법재판관 등을 역임했으며 2011년 3월 변호사로 개업해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5월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연수원장에 취임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이 변호사는 최 회장 옆 변호인석에 앉았다. 그동안 최 회장의 변호를 담당해왔던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한위수, 김재승 변호사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태평양 변호사들이 사임계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이 변호사가 이들을 대신해 최 회장의 변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막판 이례적 변호인 교체…왜?

변론 종결을 코앞에 두고 변호인을 새롭게 선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미 최 회장 측은 1심 변호인으로 김앤장을 선임 했다가 항소심 들어 태평양으로 교체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변호인 교체의 배경과 재판 결과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최 회장 측이 오는 22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변호인을 교체한 것은 감형을 바라는 '마지막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이 재판부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법원 안팎의 평가에서 비롯된 교체라는 설득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 원로인인 이 변호사가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공판에서 최 회장 형제 등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잇따른 진술 번복과 항소심 핵심 증인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증인 출석 불발 등은 최 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핵심 쟁점을 겨냥해 최 회장 측이 꺼내놓은 녹취록 내용도 현재까지는 재판부의 의구심만 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1일 열린 1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바라보는 재판장과 변호인의 입장은 동일할텐데 왜 (녹취파일을) 제출했는지 모르겠다"며 "(증거로 제출한 녹취파일이) 피고인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을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문용선 재판장은 지난 9일 공판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잘못한 것을 변호하면 오히려 피고인을 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은 기일 동안 최 회장 측이 변론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 이날 공판에서 이 변호사는 "(그동안 나온 변론내용 가운데)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철회할 것은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과 김 전 고문간)녹취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검증 신청도 철회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녹취파일 내용, 이해 안 된다"…신빙성 의문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김 전 고문이 지난 2011년 12월 8일 나눈 대화가 녹음된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이날은 최 부회장이 검찰에 출석,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한 직후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이 최 부회장에게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단독(으로 한 일)인데 죽을 일밖에 더 있냐"며 "자기가 살려면 너희 둘을 물고 늘어질 수 밖에 없는거지. 사람으로서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지"라고 말하는 등 펀드자금 선지급이 김 전 대표의 단독 범행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녹취록이 그날(2011년 12월 7일) 녹음한 건지, 아니면 나중에 녹음했다가 그날 녹음한거라고 주장하는건지 의문스럽다"며 "그날 녹음한 내용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화"라고 의구심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김 전 대표는 1심 재판 내내 최 회장 형제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 수사에서도 최 회장 형제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며 "그런데 어떻게 이런 대화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녹취록이 나중에 녹음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고문에게 신통력과 선견지명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 최 회장 형제를 물고 늘어질 거라는 걸 예상하고 이런 대화를 한거냐"며 녹취파일의 신빙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날 피고인석에서 두 사람의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듣고 있던 김 전 대표는 소리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1일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최 수석부회장과 김 전 고문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듣고 모든 혐의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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