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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내부거래, 모두 금지 아냐"…공정위 진화


재계 반발…공정위 "원칙적 허용…'불법 내부거래'만 금지"

[정기수기자] 정부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지나친 대기업 '옥죄기'라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명에 나서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와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뿌리뽑는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너무 과도한 규정을 담았다는 주장이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적발기준 및 처벌수위다. 특히 재계는 기업 총수를 직접 겨냥한 부분을 더 문제삼고 있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는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 없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 처벌토록 했다. 총수 처벌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된다.

이 같은 기업 총수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자칫 기업의 동력을 상실시켜 보수적인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제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계의 지적이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입증 책임을 현행 공정위에서 해당기업 측으로 넘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국이 내부거래에 대해 불법 의혹을 제기할 경우 기업이 입증 책임을 지게 되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며 "이번 개정안 내용을 보면 모든 계열사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민주화의 목적은 경제성장의 혜택이 모든 부문에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것인데,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기업활동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대규모 투자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기업 총수에 대한 옥죄기는 국가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재계의 반발에 더해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확대 원내 대책회의에서 "기업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제대로 가려내 엄정한 징벌을 가하더라도 정상적 경제 활동은 신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을 정치권에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정책이 지나친 기업규제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국회가 주요 경제정책의 인프라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며 "여기서 단기적 시각을 갖고 인기에만 영합하는 식의 접근을 하면 경제는 살려내기 어렵다.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 '기업이나 투자자를 격려해야지, 자꾸 누르는 것은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감 몰아주기'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입법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싼 재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자, 공정위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공정위는 16일 "현재 논의 중인 법안은 계열사 간 거래를 원칙 금지하고 예외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 허용, 예외금지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예외적으로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득이 돌아가는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보안이 중요하거나 수직계열화된 효율적인 거래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바처럼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계열사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비계열 독립기업은 얻기 어려운 특혜성 거래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만이 금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안에 예시된 적용제외 사례는 예외적인 허용대상이 아니라, 기업이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안전지대(safe harbor)를 설정해 둔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하위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주력상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 소재 등을 공급 및 구매하는 경우 ▲비용절감 또는 품질개선 등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경우 ▲비계열사와 거래시 기술개발 및 신사업정보 등 비밀유지가 곤란한 경우 등이 예외적용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규제대상 범위와 함께 입증 책임에 대한 기업의 우려에 대해서도 앞으로 법안 논의 과정에서 불식되도록 법 문안을 보다 명확하게 보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총수일가가 부당내부거래에 관여했을 경우 형벌 규정에 대해서도 "관여했을 경우 모두 형벌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며 "위반행위 내용과 정도 등을 감안해 죄질이 위중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공정위 고발과 법원의 판단을 거쳐 최종적으로 형벌 부과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는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 없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 처벌토록 하는 규정은 원안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의 특성상 총수일가의 지시나 유도, 관여사실을 입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다만 과잉 규제라는 논란도 있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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