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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대선 D-100, 안철수를 향한 국민 생각


[정진호기자] '착한 스티브 잡스', '이상주의적 멘토', '상식적인 원칙주의자', '착한 도덕병에 걸린 책벌레',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벤처CEO'…

연말 대선이 꼭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대선의 최대 변수이자 범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여려 겹이다. 마치 태양을 비춘 스펙트럼처럼 화려하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다. 최근엔 그 간극이 더욱 깊어 보인다.

24년 전 컴퓨터 백신개발자로, 17년전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설립자로 언론에 등장한 안 원장이지만 '예비 대권후보'란 꼬리표가 따라붙자 세상의 인심도 예전만큼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과거 안 원장과 안철수연구소에 대해 이미 보도되거나 널리 알려진 내용도 '사실은…'이라는 그럴듯한 포장 속에 악의적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정치권의 검증 공세는 거세다 못해 '안철수 죽이기'로 흐르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이 '불출마를 종용'하며 '(대선에)나오면 죽는다'는 식의 협박 의혹도 그렇다. 통화 내용이 친구 사이에 오간 '말 실수'였는지는 잘 알수 없지만 섬뜩한 건만은 사실이다. 마치 '털어서 먼지가 안 나면 흠집이라도 내겠다'는 투다. '성자 안철수'에게는 개인적 흠집마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셈법인 듯 하다. 의혹 제기 그 자체가 논란의 증폭 과정 속에서 '안철수 너도 별수 없다'라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 검증을 방자한 미디어를 통한 여론 몰이식 재판과 다름 아니다.

현재까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은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BW특혜발행' '딱지 아파트' 외에는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

사실 안철수 원장은 1년여 전 까지만해도 여의도 정가보다는 IT업계, 특히 보안업계에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 사회와 SW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철학으로 대중에 알려지기 이전부터 업계에선 '안철수 어록'이 생길 정도로 신뢰와 믿음을 쌓아왔다.

지난 2003년 고사위기에 몰린 한국 SW산업의 불황 속에 소위 패키지 소프트웨어 대표주자인 '한글과컴퓨터', '나모인터랙티브'가 경영권 분쟁과 대주주 교체로 쓰러져 나갈 때도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지금의 안랩을 굳건히 지켜낸 인물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찬양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그를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동시에 도덕적 결벽주의자'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소위 '착하니즘'의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부 잘 하는 모범생이 틀에 박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반장도 하고 회장도 할 수 있지만 변화무쌍한 사회를 통합하고 이끄는 리더로 변모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자기방어적인 위선적 수사는 위악적 수사보다 한계를 드러낼 때가 많은 법이다.

그런 점에서 드는 의문은 과연 안 원장이 가슴 따뜻하고 아름다운 멘토의 자리에서 위기 속 방향타를 잡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리더로 거듭날 수 있는 인물이냐는 것이다.

또한 그와 같은 능력을 혹독한 한국 정치구조 속에서 정당정치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력으로 펼쳐 낼수 있느냐는 것도 '변화'를 바라고 있는 국민들의 걱정거리다. 만약 안 원장이 출마선언을 하고 범야권으로부터 '박근혜 철옹성'을 깨트릴 수 있는 적임자로 최종 선택을 받으려면 그 자신 스스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부름'을 받고 있는 안 원장 역시 이같은 대안을 찾기 위해 최종 결심을 미루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

'안철수 열풍'이 낡은 시대, 낡은 방식의 사고에 갇혀 있는 한국 사회의 발전적 해체로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실의 국민은 책 대로 가르치고 말하는 'ㅇㅇ하세요'식의 멘토를 원하는 것이 분명 아닐 것이다. 과거를 융합하고 새로운 문명과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리더를 원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치 신인인 안 원장에 대한 희망과 기대와 더불어 의심과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너도나도 안철수 원장의 대권 출마선언이 임박했다고 한다. '룸살롱'이나 '여자' 논란으로 입방아를 찧기보다 그가 우리 시대의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는지, 깊은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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