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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LG]성공DNA를 심는다(상)


위기를 기회로 …'스마트LG' 출항준비 끝

<편집자>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 1위가 안주할 텃밭도, 영원한 1등도 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스마트로 넘어온 IT산업의 패권다툼 속에서 신흥강자로 떠오른 애플과 구글.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국제경쟁력, 혁신기업 리스트에는 이들 애플, 구글과 함께 톱10에 이름을 올린 낮익은 기업이 있다. 바로 IBM과 맥도날드다. 이들은 IT서비스 성장성 둔화와 웰빙트렌드라는 역풍을 맞아 곤두박질 쳤다 되살아난 전통의 강자들이다.

실제 1990년대까지 IT산업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IBM은 2002년 성장둔화 등으로 주요 사업인 IT서비스사업 성장률이 3%대까지 추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다.

패스트푸드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맥도날드 역시 웰빙바람과 외식업체와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2002년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중대 기로에 서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단기 실적부진에 움츠리기보다 공격적인 상품개발과 시장개척, 과감한 투자를 통한 미래성장동력 발굴로 정면승부, 오히려 위기 이전보다 견실한 사업구조로 경쟁력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실제 2009년 기준 IBM의 시가총액은 1천710억달러. MS, 구글, 애플에 이어 4위다. 최근 20년간 IT시장권력의 중심이 IBM에서 MS로, 다시 애플과 구글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속에서도 IT기업 시가총액 톱10에 여전히 이름을 올린 유일한 업체다.

맥도날드 역시 위기를 거치며 더욱 견고해진 사업구조로 2008년 금융위기속에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맥도날드는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장기투자와 관리품질 분야 1위, 국제경쟁력 2위 등 각분야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애플 구글과 함께 혁신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위기는 때로 공격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이의 극복은 물론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약까지 가능케 한다.

◆위기를 기회로…LG전자의 성공DNA

"가전사업을 철수하라."

1997년 IMF 체제는 많은 기업들에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LG전자도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다. 이를 위해 컨설팅회사에 의뢰한 실사 결과는 참담했다. 주력인 가전사업이 성장성이 낮으니 철수하고, 재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LG전자는 정반대의 결단을 내린다. 가전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업임을 확신하고 오히려 설비와 R&D투자를 강화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 3년 뒤 LG전자는 일본 업체 일색이던 에어컨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

2007년에는 미국 세탁기 시장을 평정했고, 지난해에는 35년 TV시장을 군림해온 소니를 물리치고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철수 위기에 내몰렸던 가전부문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약 8%. 글로벌 톱인 월풀과 일렉트로눅스를 압도하며 여전한 성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LG전자 휴대폰을 글로벌 톱 3 반열에 끌어올린 '초콜릿폰' 신화가 움트기 시작한 것 역시 사업에 암운이 깃들던 200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답보상태인 휴대폰 사업에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디자인만으로도 사고 싶은 휴대폰을 만들라"는 특명 아래 이른바 '손오공'이라 불리는 개발 프로젝트팀이 꾸려졌다. 이듬해 세상에 나온 초콜릿폰은 3년간 2천만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블랙라벨 시리즈' 히트 행진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2006년 모토로라를 제치고 4위에 오른 LG전자는 블랙라벨 시리즈의 연이은 히트로 2008년 마침내 소니에릭슨을 제치며 세계 3강의 자리를 꿰찬다.

올 3분기 적자전환의 성적표를 받아든 LG전자는 지금 또 다른 시련을 맞고 있다. 3분기 휴대폰에서만 3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한순간 방심했던 스마트폰 실책의 대가는 혹독했다. TV도 2위를 뺏긴 소니의 추격이 만만찮다.

그러나 지금까지 LG전자의 가전과 TV 휴대폰이 세계1위부터 3위까지 세계입지를 다진 배경에는 항상 위기의 순간 이를 기회로 바꾼, 이른바 '성공 DNA'가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이번 위기 역시 LG전자가 '스마트리더'로 거듭나는 또다른 도약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동되는 '구본준 혁신'

실제 구본준 부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반도체 빅딜로 사업 유지가 불투명했던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 전신인 LG필립스LCD 설립을 주도하며 4년만인 2003년 TFT-LCD 세계 1위 업체로 키운 장본인이다.

또 2003년 LCD와 PDP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왕좌를 놓고 싸우던 때 'PDP 불패론'에 맞서 'LCD 대세론'을 주장했던 그다. 이를 위해 이듬해 파주에 5조3천억원을 들여 7세대 LCD 패널공장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밀어 붙였다.

그의 결단과 판단은 시장의 오판, 공급과잉 논란 등 암초를 만나는 듯 했으나 2006년 LCD TV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며 종지부를 찍었고, 이후 LGD 사상최대 실적의 발판이 됐다.

LG전자의 현재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내놓은 해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위기의 핵심을 "잠시 방심해도 추월 당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의 법칙에 있다"고 판단한 구 부회장의 첫 주문은 "게임의 법칙을 지배하자"다.

시장의 룰을 따르는 식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LCD 패권다툼에서 봤듯 룰을 만들고, 주도권을 쥐는 정면승부만이 위기를 넘어 '1등 LG'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 부회장이 당장 시급한 과제로 혁신적인 제품의 앞선 개발, 과감한 투자, 품질혁신, 성과와 보상체계 마련을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의 추진을 담보할 조직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과 함께 휴대폰(MC사업본부), TV(HE사업본부)사업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취임 한 달만에 제품개발과 품질강화를 골자로 MC와 HE사업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CEO 직속으로 식스시스마추진팀과 혁신팀도 신설했다.

식스시그마추진팀을 신설한 것은 혁신활동을 보다 강화하면서 R&D 성과와 생산효율성을 보다 높이고, 최고품질을 지켜내겠다는 포석이다. 마케팅에 비교적 많은 역량을 쏟았던 이전과 달리 생산, R&D, 품질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혁신팀 역시 전사 차원의 혁신과제 발굴과 실행, 우수사례 확산을 통해 전사차원에서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스마트LG' 출항준비 끝

핵심사업인 휴대폰과 TV 분야는 이미 수장교체와 조직정비를 마무리한 상태. 취임 한달만에 위기의 진원지에 대한 진단을 끝내고 반격의 승부수를 던진 것.

HE와 MC사업본부장에는 권희원 부사장과 전 MC연구소장을 맡던 박종석 부사장이 전진배치 됐다.

두 신임 본부장은 디스플레이 연구소장과 MC연구소장을 맡았던 이력에서 보듯 TV와 휴대폰 분야 기술에 정통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는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과 직결되는 대목이다.

또 LCD TV 사업부장과 PDP 사업부장을 거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기술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빠른 제품개발과 시장대응 효과를 동시에 꾀한 셈이다.

특히 두 신임 본부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권희원 부사장은 지난 2007년 LCD TV 사업부장을 맡아 지난해 LG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LCD TV 세계 2위를 달성을 이끄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박종석 부사장 역시 PDP 사업부장 시절 고전을 면치 못하던 PDP부문 수익성 개선에 핵심역할을 했던 인물.

두 사람은 제품개발에서 문제 해결의 뚝심과 실행력 등에서도 남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권 부사장은 평소 기술문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고집해온 뚝심으로 유명하다. LG전자가 강점을 지닌 '풀 LED TV'는 개발단계 부터 얇게 만드는 기술적 문제와 원가 부담으로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경쟁사도 포기한 제품을 주력으로 키워냈다.

또 편광방식의 3D TV를 앞세워 B2B 시장을 준비시킨 것도 그의 역할이 주효 했다는 후문이다.

박 부사장은 MC 연구소에 앞서 LG전자 가전연구소를 거치는 등 휴대폰 및 TV를 두루 거친 전문 개발자로 통한다. 제품개발 등에서 보여온 실행력과 추진력에서 상당히 공격적이라는 후문이다.

이들은 LGD 출신으로 신설된 혁신팀을 맡은 고명언 상무와 함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인물들. 1등 DNA를 LG전자 조직에 확산시키려는 구 부회장의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권 부사장은 연말로 스마트TV 출시를 앞당기고, 공격적인 판매확대를 주문한 상태다. 박 부사장 역시 후발주자 이미지를 탈피, '메가히트 스마트폰'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본격적인 반격모드에 돌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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