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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프레너미' 전략…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동맹 확장


도요타·GM과 협력 강화…자율주행 자동차 '파운드리' 시장도 공략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빅3'로 도약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 1위 도요타, 5위 제너럴모터스(GM)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차 선도 기업과 협업을 통한 자동차 파운드리 시장에도 뛰어드는 등 미래 모빌리티 동맹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WRC 일본 랠리가 진행중인 나고야 도요타 스타디움의 도요타 가주레이싱팀 서비스 파크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일본 랠리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만났다. 지난달 27일 아키오 회장이 용인 스피드웨이를 찾아 두 사람이 공식 회동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정 회장은 현지 취재진에게 "수소를 이야기해서 같이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도요타와의 수소 협력과 관련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판매 1위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판매 3위에 오른 현대차와 세계 시장 곳곳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 회사 중 하나다. 특히 타깃 소비자층이 겹치기 때문에 양사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기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 부문에서 경쟁 관계를 이어가겠지만,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확장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프레너미(Frenemy)' 전략은 세계 판매 5위인 미국의 GM과 협력에서도 잘 드러난다. 프레너미 전략은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경쟁사와 경쟁을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적극적인 협력을 하는 것을 말한다. GM은 포드,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완성차 업체 '빅3'로 불린다.

(왼쪽부터)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열린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지난 9월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승용·상용차,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과 생산 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향후 배터리 원자재와 철강 등 차량에 들어가는 소재를 통합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모빌리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도 동맹 확장의 주요 축이다. 현대차는 구글 자회사인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원(Waymo One)'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제작하고, 웨이모는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기술 고도화를 위해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해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경쟁사와의 협업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 '아이오닉 5'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차 시장의 경우, 소프트웨어 역할이 중요한데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 빅테크 기업들이 설계와 솔루션을 담당하고, 완성차 업체는 이들이 원하는 차량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의 파운드리 사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동맹 확대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각자도생보다는 영리한 협업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연구개발(R&D)과 생산공장 건설, 인프라 구축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협업을 통해 경쟁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기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미국 'LA 오토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GM·웨이모와 맺은 포괄적 협력에 대해 "현대차의 미래를 결정지을 '빅 이니셔티브(계획)'"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폭스바겐, 닛산자동차,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도 협업을 촉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이 온전한 3개 레거시 업체(현대·도요타·GM) 간의 협업 확대가 향후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에 협업 계획이 점진적으로 구체화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 간 경쟁력 격차 확대는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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