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 사진을 다른 이미지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관련 법안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여야 정쟁으로 발이 묶인 상황에, 법 제정의 시급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I기본법 관련 법안은 지난 5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이 발의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을 시작으로 9개까지 늘었다. 특히 딥페이크 관련 법안은 34개에 달한다.
AI기본법은 말 그대로 AI관련 서비스, 산업 진흥과 규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 계류됐다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가 들어선 지 3개월 만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소위 심사가 열리고 관련 법안 6개가 상정됐지만 여야 합의 처리는 결국 불발됐다.
과방위는 최근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하고 있고, AI 기본법이 AI 산업 육성과 규제를 위한 근거가 되는 만큼 법 제정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취지로 이달 중 공청회를 열고 추가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거 법안의 부재로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는 물론 국내 기업의 사업 확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안 제정 후 시행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빨리 제정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한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5일 국회를 찾아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 대항전은 상당히 치열하고 에너지문제나 탄소중립 문제도 따라오고 있다”며 “국회에서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이에 신속하게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활용한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딥페이크는 물론이고 AI로 음성을 만든 후 가족, 지인 등에 금전을 요구하는 '딥보이스' 피해 사례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신종 AI 범죄가 확산하며 입법 사각지대의 심각성이 드러나자 정부와 국회는 부랴부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련법 개정 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뼈대가 되는 AI기본법이 제정돼야 그에 근거한 처벌 기준도 정립할 수 있다. 여야 합의에 줄다리기하기보다는 빠른 법 제정 이후 개정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엄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허위 영상물 소지·구입·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딥페이크물 제작·유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이어 전문가 등 민간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 오는 10월까지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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