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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 막는다…전방위 대응 개시 [IT돋보기]


통계법 개정안 발의…해외 석학도 우려 전해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게임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한 대응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가 담긴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를 토대로 개정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계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15일 대표발의했다.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참고'하도록 하되,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국제표준분류의 반영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6일 문화연대와 문화사회 연구소가 개최한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현장. [사진=정진성 기자]

현행 통계법은 유엔, 세계보건총회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하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 법 개정 없이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새로운 국제 질병으로 등재한 WHO의 ICD-11이 향후 한국형 표준질병분류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통계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서 발의됐다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는 만큼 강유정 의원실은 기획재정위원회와 공조해 해당 법안 통과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통계청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기관이다.

강 의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될 경우 전체 콘텐츠 수출의 67.8%에 해당하는 게임산업의 규모가 2년새 8조8000억원 상당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8만명의 취업기회도 줄어드는 등 사회·경제적인 피해가 매우 클 것"이라며 "정부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경제적·국가적 피해가 막심하다. 게임산업마저 위축되지 않도록 국회 문체위 위원으로서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게임 질병코드 우려 전하는 학계

학계에서도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지난 16일 문화연대와 문화사회 연구소가 개최한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작금의 논의가 KCD라는 법규명령의 명확성을 보장하고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국가의 후견적 개입을 가능하게 할 수준으로 비례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정 행위를 법적으로 질병화 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자유권 전체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이라는 게 큰 문제라면 지금 세상은 난리가 났어야 한다"며 "별것도 아닌 이슈를 가지고 침소봉대했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2019년 7월 발족한 민관협의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의견 조율 과정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관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해온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연대 공동대표)에 따르면 협의체는 출범 이후 불과 11차례 회의를 가졌고 회의 내용도 연구용역 자문에 그쳤다. 게다가 협의체 구성원 중 한 의료계 교수는 이미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어떻게 도입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협의체 구조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협의체의 새로운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하며 임상적이고 학술적인 연구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석학들도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달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산업협회가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국제 세미나'에서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며 "이에 대한 효과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이 있는데다 일반적으로 게임과 관련한 이들이 장애나 질병이 있는 것처럼 '낙인' 찍힐 수 있는 만큼 복잡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불과 15년 전, 과거에는 폭력, 범죄와 관련해 비디오 게임이 원인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20여년에 걸친 사회적인 연구와 조사를 통해 게임이 더이상 폭력의 원인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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