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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통상, 코스피 상장 49년 만에 의문스런 자진 상폐


이익잉여금 3000억원 쌓아두고 쥐꼬리 배당
정부 밸류업 부담에 자진 상폐 추진 해석도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인 신성통상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49년 만에 자발적 상장폐지를 택했다.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만 77%가 넘는 신성통상에게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다소 부담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 기간은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이며 발행주식 3164만4210주(발행주식 총수의 22.02%)를 주당 2300원에 공개 매수한다.

신성통상 CI. [사진=신성통상]
신성통상 CI. [사진=신성통상]

신성통상은 탑텐, 지오지아 등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업체로 코스닥 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으로 꼽힌다.

6월 결산법인인 신성통상은 작년 결산(2023년 6월30일)에서 이익잉여금 283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2023년 12월31일) 기준 이익잉여금은 316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곳간에 현금을 두둑하게 쌓아두고 있지만, 주주환원은 인색하기만 하다. 작년 6월 말 기준 신성통상의 PBR은 0.72배였는데, 당해 9월에 보통주 1주당 50원, 총 71억8541만원을 배당했다. 2012년 2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한 지 10여 년만의 배당이었다. 주주환원을 위한 자기주식취득·소각도 없었다.

이마저도 소액주주보다는 오너 일가를 위한 배당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당시 신성통상의 지분구조는 가나안이 41.80%, 에이션패션이 17.66%, 염태순 회장이 8.21%를 소유하고 있었다. 가나안은 염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이사가 이끄는 회사며 에이션패션의 1, 2대 주주 역시 염 회장(53.3%)과 가나안(46.5%)이다.

주당 50원의 배당으로 가나안은 30억원, 에이션패션은 13억원, 염 회장과 세 딸은 6억원 가량을 수령했다. 지분 22.32%를 소유하고 있는 소액주주가 16억원을 받아 간 것과 비교해선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이번 신성통상의 자발적 상장폐지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확정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하는 기업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지분 대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신성통상의 경우 차라리 상장폐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자발적 상장폐지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진 상장폐지하려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95%를 넘어야 하는데, 52주 신고가가 2520원인 신성통상의 공개매수가격(2300원)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 한 주주는 "외형이 1조5000억원대로 커진 코스피 상장 기업이 배당도 (거의) 안 주고 있다가 지분 전체를 꿀꺽해서 아무 문제없이 빠질 수 있다는 게 도덕적으로나 기업가 정신으로나 가능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을 비롯해 상장사에 대한 공시와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라며 "상장폐지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자진 상폐를 택했다는 건 상장의 효익이 없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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