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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싸움 1년, 외로웠다"...조성구 얼라이언스 사장


 

"대기업의 윤리경영이란 홍보용 말 뿐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의 길은 멀고도 먼 길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 1년이었습니다."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이 22일 삼성SDS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법정싸움 1년을 맞아 간단히 정리한 소감이다.

지금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23일, 조성구 사장은 삼성SDS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대한민국에선 SW사업 안하겠다"는 각오로 삼성과 싸움을 선언했다. 당시 조 사장의 선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가 만연해 있는 국내 IT업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수많은 격려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한편에선 "좋은 게 좋은 것인데, 괜히 무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섞인 만류도 적지 않았다. 현실적인 충고였지만, 조 사장은 애초의 의지를 꺾지 않았고 무모한 싸움을 1년째 벌여왔다.

조 사장은 "공정위가 삼성SDS에 하도급법 위반 시정명령을 내린 것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미국의 연구법인을 통해 미국 법정에도 소송을 진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I업체들의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SDS와 얼라이언스시스템간의 '제조위탁 임의취소'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삼성SDS의 하도급법 위반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 삼성SDS와 민형사 소송이 진행중인 사건과는 다른 사안에 대한 것이었지만, 조 사장은 한껏 고무된 반응이다.

조 사장은 "시정명령 자체로는 미흡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삼성의 불공정 거래가 인정된 것이고 아울러 얼라이언스가 막무가내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식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성구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18일 공정위의 삼성SDS와 얼라이언스 사이의 제조위탁 임의취소 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로서는 시정명령 정도에 머문 것이 아쉽다. 좀 더 중징계가 가해졌어야 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SI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한 것이 처음이고, 또 그나마 시정명령이라도 내려진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해하려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얼라이언스가 소송까지 벌이며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우리의 주장이 공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로 받아들인다."

-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생각인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아쉬운 것이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삼성SDS는 '겸허히 받아들여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우리한테 사과하고 화해를 요청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야 진정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자세가 아닌가.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 이번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대구은행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제조위탁 임의취소' 건에 대한 것이었다. 1년 전부터 진행해온 형사소송이나 민사소송은 다른 건이고, 또 사실 그 건이 더 크고 중요한 사안 아닌가.

"1년 전 삼성SDS를 사기죄로 고소한 것은 우리은행의 BPR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이다. 당시 삼성은 우리한테는 300명 사용자 조건으로 계약하고 물건을 받아가서는, 우리 몰래 우리은행과는 무제한 사용자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그래서 사기죄로 고소한 것이고, 그와 함께 14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중이다."

- 사기죄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삼성에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얼라이언스의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데...

"지난해 8월23일 검찰에 고소했는데, 올 2월 검찰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다시 3월에 고등검찰에 항고한 상태다. 이후 6월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시작했다."

- 검찰의 무혐의 판결을 수긍하지 못한 이유는.

"검찰 수사관이 수사 중간에 교체되고, 수사관의 수사의견서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으며 5개월간 끌어왔던 조사가 담당검사의 이동발령과 함께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것을 보고 법도 힘없는 중소기업에는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삼성SDS나 우리은행의 얘기만 인정하고 우리쪽 증거는 모두 불충분한 것으로 처리됐다. 그럴 수 있나. 1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의 입찰조건이 구두합의로 변경됐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또한 당시 구두합의를 했다는 LG CNS, IBM, 현대정보기술 담당자들이 그런 일 없다는 진술까지 했는데, 검찰의 수사의견서 내용에는 이런 참고인들의 진술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나와있다. 그것을 입증하는 확인서와 함께 항고하게 됐다."

- 항고 수사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 민사 소송은.

"3월에 항고했는데, 아직 검찰에서는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 뿐이다. 제발 조사라도 빨리 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각오한 일이기 때문에, 게속 기다리면서 수사를 촉구할 것이다. 민사소송은 삼성SDS의 답변서가 법원에 제출돼, 우리가 다시 재답변서를 오는 24일 제출할 것이다. 거기에는 이번 공정위 판결 조치도 참고자료로 넣을 생각이다."

- 소송이 1년이나 진행되는 동안 회사의 비즈니스는 제대로 이뤄졌나.

"직원들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제 10명 정도 남아 있다. 매출도 보니 정확히 절반으로 줄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고, 그동안 수주한 프로젝트의 유지보수 매출로 버티고 있다. 우리가 금융권 이미징 시스템은 한 때 독점하다시피 공급한 바 있어, 연말이면 유지보수 계약이 새로 체결될 것이 많다. 그것으로 당분간 버텨야 할 것 같다. 모두들 무모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무모한 것 맞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외롭다는 생각이 제일 힘들었다. 분명 우리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그것을 고쳐달라고 얘기하는 데 우리가 무슨 전문 싸움꾼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괴로웠다. 우리는 대기업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다. 그런데 그로인해 또 다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실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말고도 피해자들이 많을 텐데, 그들의 심정을 이해는 하면서도 순간순간 왜 힘을 합치지 못할 까 아쉬운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솔루션은 한 때 굴지의 외산 솔루션과 기술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금융권 시장을 장악했던 솔루션이다. 이런 솔루션이 사장될까 두려운 생각도 많이 든다."

- 앞으로 싸움은 계속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어차피 작년에 고소할 때 이미 맘 먹었다. 몇년이 걸려도 삼성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현재 미국에 있는 연구법인을 통해 미국 법정에 소송을 걸 계획도 세우고 있다. 법률적 검토는 거쳤다."

- 왜 싸우는가.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대기업이 비정상적으로 방해했고 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것이 잘못됐으니 고쳐달라는 것인데, 무슨 이유가 있나. 나는 도덕군자도 아니고, 소송을 이용해 큰 이득을 보려는 사람도 아니다. 비즈니스맨이다.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하자는 것이다. 싸움을 하면서 삼성이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삼성이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생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금이라도 삼성이 진정 엘리트 기업이라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다면 받아주지 않을 게 뭐 있나. 하지만 솔직히 기대 안한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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