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가 세력결집과 '12월 탈당'을 언급하며 민주당과의 '유쾌한 결별'을 고심하고 있다. 이재명 체제와의 타협 불발로 비명계 이탈이 확정될 경우 신당 합류 등으로 '제3지대' 열풍에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이 참여하는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이 이번 주 중 출범할 예정이다. 비명계는 모임을 통해 여야 협치 복원과 당내 강성지지자(개딸) 문제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원칙과 상식 결성은) 당을 개선하고 혁신해보자는 취지"라면서도 12월 중하순 탈당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비명계가 아닌 혁신계로 불러달라"며 이재명 대표의 안동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비명계 이상민·조응천 의원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12월 탈당' 가능성을 언급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탈당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많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모임(원칙과 상식)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비명계 대부분은 내부 투쟁을 우선하자는 기조가 강하다"며 "(비명계가) 현실적으로 당을 떠나 자립(당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2월'을 언급한 의원들도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당 총선기획단의 '김은경 혁신안(현역의원 하위권 감점 확대)' 검토 등 '공천룰 갈등'이 비명계 독립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비명계는 혁신안 반영 등이 '친명(친이재명) 공천'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비명계에 재선·중진들이 많다. 공천룰 변경으로 자신의 경쟁력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친명-비명 간의 공천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비명계는) 탈당 노선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공천룰 비판과 관련해 "시스템 공천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비명계 달래기에 나섰다.
다만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본인들이 평소 지역구·의정활동을 잘해왔다면 전혀 불이익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며 "비명계의 탈당 언급은 사실상 공천을 보장해달라는 '공천 보장 시위'에 가깝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총선공천 특별당규'를 통해 △현역의원 경선 원칙 △당원 50%·국민 50% 여론조사 △전략공천 20%내 제한 등 '시스템 공천' 틀을 확정한 상황이다.
비명계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새로운선택(금태섭)·한국의희망(양향자) 등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준석 신당' 합류에는 선을 그었으나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 모두 민주당 출신이라 부담감도 적다. 특히 이상민 의원의 경우 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자주 참석해 교분을 넓혀왔다.
'제3지대'는 일단 비명계를 향한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한국의희망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저희의 뜻과 철학에 함께할 수 있다면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새로운선택 관계자도 "비명계가 제3지대 논의에 함께하겠다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 제3지대 전체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비명계가 힘을 합치면 제3지대 입장에서도 현역의원이라는 좋은 자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라며 "현직 의원이 참여하면 선거보조금 확보 등 현실적인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명계의 '제3지대' 합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야권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비명계가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공천 갈등'이 본질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비명계 합류가) 당장은 이득일지 모르나 개별적인 경쟁력이 없다면 제3지대의 혁신 이미지를 오히려 반감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