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전인 26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리더십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등 친명(친이재명) 중진 4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가결파 색출'을 계기로 숨죽인 비명(비이재명)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의 깜깜이 투표가 원내대표 선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명계 후보 전멸…'비대위 금지' 주장도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연다. 가결 사태 이후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박광온 전 원내대표의 후임을 뽑는 선거다. 민주당은 전날(24일)까지 후보자 접수를 받았으며,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김민석(3선·서울 영등포을), 남인순(3선·서울 송파병), 우원식(4선·서울 노원을), 홍익표(3선·서울 중구성동갑) 4명이다.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우 의원은 마지막에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내대표 유력 후보자였던 박범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후보자 4명 모두 이재명 체제 이후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핵심 친명이 아닌 범(凡)친명계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가결 사태 책임을 둘러싸고 비명계가 선거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친명계가 당권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범친명계 인사를 통한 비명계와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 영장심사를 앞두고 비명계도, 친명계 핵심 그룹도 모두 나서기가 곤란한 상황 아니겠느냐"며 "어쨌든 후보 4인 중 누가 되더라도 친명계에 힘은 실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 후보자 모두 선거에 앞서 이재명 지키기를 약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을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치를 것을 천명해야 한다"며 다른 후보자들에게도 같은 취지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총선은 이재명 대표로 치러야 한다'는 취지에서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금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홍익표 의원도 이날 입장문에서 "당 대표를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단결된 힘으로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남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 구속 기로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는 기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 잘 통하는 사람" vs "확실한 리더십 필요"
현재 당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후보는 직전 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김 의원과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홍 의원으로 관측된다. 특히 홍 의원은 당내 최다(最多)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당내 주요 계파 중 하나인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당시 1위였던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전한 홍익표 의원이 당시 원내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https://image.inews24.com/v1/6b80b4406021a6.jpg)
일각에서는 후보자 간 계파·정책적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으면서 원내대표 선거가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후보자를 직접 내지 않은 비명계나 중립 성향 의원들의 투표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높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네 사람 모두 국회 경력이 오래된 만큼 친명·비명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한 분들이라는 특성도 있다"며 "비명계나 중립 성향 의원들이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당내 혼란상황을 둘러싸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단결을 도모할 확실한 리더십에 표를 던질 것"이라며 "선명성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지 않을까"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내 혼란 상황을 감안해 추대나 단일화 형식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6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선거 전 의원들 간 합의로 가능성은 열려있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경선을 통해 당의 에너지를 소진하고 혹시 모를 경선 후유증을 해소하느라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 출마 후보자 4인의 회동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합의추대가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합의추대 방식이 '친명계가 독식하려 한다'며 오히려 비명계나 중립 성향 의원들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후보 넷 모두 친명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래도 경선을 하는 것이 뒤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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