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이 반도체 공정중 가장 미세한 것으로 평가받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반의 반도체 칩을 '아이폰15'에 탑재한 가운데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TSMC의 3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된 애플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17'은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MX사업부가 내년 상반기 기대작인 '갤럭시S24(가칭)' 시리즈에 어떤 공정으로 생산된 칩을 탑재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초 공개하는 '갤럭시S24'의 AP로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엑시노스2400(가칭)'과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가칭)'을 적용할 예정이다. '엑시노스2400'은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서, '스냅드래곤8 3세대'는 TSMC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의 성능은 전작보다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IT 팁스터(정보유출자) 레베그너스가 X(엑스, 옛 트위터)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의 멀티코어 점수는 7400점이다. 전작인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2세대' 멀티코어 점수는 4975점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MX사업부가 '갤럭시S24', '갤럭시S24 플러스'에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한 '엑시노스2400' 칩을, 최고급 모델인 '갤럭시S24 울트라'에는 퀄컴이 만든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3세대' 칩을 넣을 것으로 봤다. 퀄컴 칩은 오는 10월 연례 기술행사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삼성 '엑시노스2400' 칩도 같은 달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4나노 AP 탑재한 '갤럭시S24'…3나노 두뇌 장착한 '아이폰15' 넘을까
이에 따라 삼성전자 MX사업부는 내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AP가 탑재된 '갤럭시S24'로 애플 '아이폰15'와 맞붙게 됐다. 애플은 이달 공개한 '아이폰15'에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17'칩을 탑재함으로써 모바일 AP 시장에 '3나노 시대'를 열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다. 전체 스마트폰 부품원가에서 약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특히 첨단 공정 칩일수록 제조 비용이 더 비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TSMC 3나노 공정은 웨이퍼당 2만 달러(한화 약 2700만원)로, 7나노 공정(웨이퍼 당 1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추산된다. 5나노 공정에 비해선 50%가량 인상됐다.
이 탓에 애플은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AP인 'A17 프로'를 '아이폰15 프로', '아이폰15 프로맥스'에만 실었다. 'A17 프로'의 CPU는 지난해 발표한 'A16 바이오닉'과 동일한 총 6개 코어로 구성됐고, GPU 코어는 기존 5개에서 6개로 늘어나면서 성능이 20% 향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랜지스터 수는 전작 160억 개에서 약 18.8% 늘어난 190억 개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선 'A17'의 성능이 전작 대비 큰 차이가 없어 기대 이하란 평가가 많다. 특히 배터리 수명이 전작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전력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점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A16' 칩이 전작보다 전력 대비 성능비율이 25% 이상 향상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TSMC의 3나노 공정이 초기 단계인데다 미완성 공정이란 점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의 자회사인 IC놀로지LLC에 따르면 TSMC의 3나노 공정은 트랜지스터의 집적도가 인텔의 7나노급 공정인 '인텔4'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고성능셀(High-Performance Cells) 성능 향상 측면에서도 인텔의 7나노 공정과 비슷하다고 봤다.
영국 IT 전문 매체 PC게이머는 "새로운 3나노 실리콘의 장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 힘들다"며 "새로운 SoC(시스템온칩)는 트랜지스터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성능이 크게 향상되지 않으며 효율성도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TSMC '3나노' 성능 두고 잡음…삼성, '반사이익' 얻고 승기 잡나
이 탓에 업계에선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P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S24'와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P를 탑재한 애플 '아이폰15' 프로 모델의 성능 차이가 얼마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애플이 3나노 모바일 AP 시대를 열었지만, 전작과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있는 만큼 '갤럭시S24'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이 4나노에 비해 아직까지 낮다는 점에서도 퀄컴, 삼성전자 등 모바일 AP 제조사들이 무리해서 첨단 공정을 도입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3나노보다 4나노 공정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퀄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내년에 선보일 모바일 AP부터는 삼성전자 3나노 2세대 공정으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가칭)'와 삼성 '엑시노스2500(가칭)'은 오는 2025년 출시될 '갤럭시S25(가칭)' 시리즈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내년 말부터 가동되는 미국 테일러 공장의 4나노 공정에서 '엑시노스2500'이 생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3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최근 3나노 2세대(SF3) 공정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3나노 2세대는 삼성전자의 이전 4나노 핀펫(FinFET) 공정 대비 성능이 22%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34% 향상된 데다 로직 면적은 21% 더 작은 크기를 제공한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보다 훨씬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근 파악된 삼성전자 3나노 수율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TSMC 수율(55%)보다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수율 때문에 TSMC가 투입된 웨이퍼 단위(개당 1만7000달러)로 가격을 받지 않고, 양품의 칩(KGD·known good die)을 대상으로만 애플에 청구하는 방식을 책정한 것으로 안다"며 "TSMC의 제조단가가 계속 오르고, 물량이 몰리면서 주요 고객사가 '이원화'를 원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의 최근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수율은 75% 이상, 3나노 수율은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3~5나노 파운드리 수율을 개선한 데다 3나노에서 차세대 가펫(GAAFET) 기술을 경쟁사보다 먼저 도입해 초미세공정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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