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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살 거잖아"…中·日 비위만 맞추는 애플, '韓 홀대' 갈수록 더할까 [유미의 시선들]


'아이폰' 신제품 출시 때마다 韓 최고가 논란…'아이폰15' 전 모델도 미국보다 6~8% 비싸
韓 소비자 외면한 AS 정책도 문제…팀 쿡, CEO 되고 韓 패싱 후 中·日만 찾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애플의 한국 홀대가 '아이폰15' 시리즈 공개 후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1차 출시국에서 한국을 매번 제외시킬 뿐 아니라 다른 해외 시장보다 한국 가격을 유독 많이 인상하는 등 차별이 여전하지만 한국인들의 애플 사랑은 갈수록 짙어지는 모양새다.

아이폰15 프로 [사진=애플]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이폰15' 시리즈의 한국 판매가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책정했다. 신제품 출고가를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했지만, 환율 영향이 컸다.

일단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15' 미국 판매 가격은 기본 모델 799달러(128GB)다. 이날 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106만273원이다. 여기에 10% 세금을 포함하면 116만6천300원이다.

하지만 한국으로 건너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폰15' 기본 모델 가격은 125만원이다. 미국 판매 가격을 환율, 세금을 고려한 가격과 비교하면 7% 이상 비싼 것이다.

프로 모델에서도 가격 차이가 심하다. '아이폰15 프로(128GB)'의 미국 가격은 999달러로, 같은 환율과 10% 세율을 적용하면 145만8240원이다. 한국 출고가는 155만원으로, 미국 가격과 비교 시 6.3%가량 비싸다. '아이폰15 프로맥스(256GB)'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한국 가격(190만원)이 8.5%가량 높다.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 출고가도 미국보다 최대 23만원 더 비쌌다. 2021년 출시된 '아이폰13' 시리즈 때는 애플은 당시 환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약 1170원 수준이었으나, 애플이 책정한 출고가 환율은 1달러당 약 1350원이었다.

지난해 '아이폰14' 시리즈 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고환율을 이유로 한국 출고가를 크게 올렸다. '아이폰14' 시리즈 공개일 당시 달러 환율은 1380.8원이었는데,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의 한국 출고가를 미국보다 최대 33만원 더 비싸게 책정했다.

하지만 애플은 전작보다 환율이 4% 가까이 내려갔음에도 '아이폰15'의 한국 출고가도 같은 가격을 책정해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환율 변동 폭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아이폰15(128GB)'의 일본 가격은 12만4800엔(112만5000원 가량), 중국 가격은 5999위안(109만원 가량)으로, 125만원인 한국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다.

'아이폰15 프로(128GB)'의 가격 역시 한국보다 10만원 가량 낮다. 한국이 155만원인 반면, 일본은 15만9800엔(144만원 가량), 중국은 7999위안(146만원 가량)이다.

'아이폰15 프로맥스(256GB)'도 일본 18만9800엔(171만원 가량), 중국 9999위안(182만원 가량)으로 가격이 한국보다 8만원에서 19만원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이런 행보는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한국에서 충성 고객층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 변동폭이 더 크긴 했지만 애플이 영국과 독일에서 아이폰 15 가격을 작년 아이폰 14 출시 때보다 각각 50파운드, 50유로 내렸다는 점과도 대조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한국은 '아이폰15' 시리즈에서도 1차는 물론 2차 출시국에서 제외돼 작년과 마찬가지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을 비롯한 미국·영국·프랑스·인도·일본 등 40여 개국은 1차 출시국으로, 15일부터 신제품을 사전 주문할 수 있다. 매장 판매는 22일부터다. 29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2차 출시국으로는 마카오, 말레이시아, 튀르키예, 베트남 등 17개 국가 및 지역이 포함됐다.

업계에선 애플이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중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3차 출시국에 한국을 포함시킨 것으로 봤다. '아이폰13'의 경우 한국은 2차 출시국으로 분류돼 1차 출시국(9월 24일 정식 출시)보다 약 2주 늦은 10월 8일 정식 출시된 바 있다. '아이폰14'도 1차 출시국(9월 16일 정식 출시)보다 늦은 10월 7일에 국내서 선보여졌다. '아이폰15' 시리즈의 국내 전파 인증이 늦어진다면 국내 정식 출시일이 10월 중후반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폰14 프로'를 사용 중인 윤 모씨는 갑자기 카메라가 정상 작동이 되지 않아 애플 고객센터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지금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독자 윤 모 씨 제공]

국내에서의 소비자 정책도 문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어서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016년 중국 소비자협회에 고위급 임원을 직접 보내 '아이폰' 꺼짐 현상에 대해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이폰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영문으로만 안내했다가 불만이 나오자 나흘 만에 한글 공지문으로 교체했다. 공식 사과는 없었다.

지난 2020년에는 애플스토어에서 한 고객이 사용하던 '맥북 프로'가 고장 나 수리를 하기 위해 엔지니어와 상담을 진행하다 불쾌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당시 엔지니어가 메인보드가 고장이 났고 무상 AS 기간이 끝나 50만원의 수리비를 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의심이 들었던 고객은 OS 문제인 것 같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자 엔지니어는 "고객님 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물으며 "오늘 계시는 매니저는 미국 분밖에 없다"고 대처한 것이다.

최근에도 애플은 일부 '아이폰'에서 카메라 오작동이 발생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AS에 적극 나서지 않아 사용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아이폰14 프로'를 사용하다 갑자기 카메라가 정상 작동이 되지 않았다는 윤 모 씨의 경우 "애플 고객센터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여섯 번째 통화에서야 '일부 기계에서 카메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측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며 "''소프트웨어 문제는 고장이 아니므로 해결해 줄 때까지 기다려라'는 답변 이후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내용 증명까지 애플 측에 보냈다"고 분노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태도를 보면 한국 소비자를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며 "한국은 스마트폰에 관심도 높고 디지털 환경도 잘 구축된 좋은 시장이지만, 애플이 시장 규모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서도 읽힌다. 쿡 CEO는 CEO가 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한국은 한 번도 찾지 않았지만, 일본은 여러 차례 방문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본을 방문한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지난 2016년과 2019년에도 일본은 방문했지만 한국을 들리지 않았다. 2016년에는 중국을 거쳐서 일본을 방문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과 든든한 파트너인 일본을 찾았지만 한국은 쏙 빼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한국 시장만 홀대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쿡 CEO의 이런 행보는 좋게 읽히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애플 팀쿡 CEO [사진=애플]

그러나 '아이폰'의 국내 점유율은 '애플빠'로 불리는 충성 고객 덕분에 꾸준히 증가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3%로 1위를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은 전년 대비 2%p 증가한 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10~20대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18~29세 '아이폰' 이용률은 65%로 지난해(52%)보다 무려 13%포인트나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해도 아이폰을 구매할 사람들은 다 산다'는 말이 국내에서 여전히 통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을 믿고 애플이 이들을 대상으로 기기 출고가를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책정하고, AS 등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소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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