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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공격받은 현정은…현대엘리베이터 챙기기 나선 이유 [유미의 시선들]


'2대 주주' 쉰들러와 여전히 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사업 강화·지배력 확대 통해 견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현대엘리베이터를 두고 스위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쉰들러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방어에 성공한 후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자주 내비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 회장은 최근 국내외 현대엘리베이터 사업장에 방문해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 캠퍼스에서 열린 '미래인재 아카데미' 개관 기념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인재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이날은 중국 법인을 찾아 '2030년 중국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 5.9% 달성'이란 목표도 공개했다.

현 회장은 이날 중국 상해 금산구 현대엘리베이터 스마트 팩토리 대강당에서 열린 중국법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30년 전 현대엘리베이터 글로벌화에 첫발을 내딛은 이곳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통해 더 넓고 더 높게 성장할 것을 꿈꿔보자"고 당부했다.

◆ 현정은, 韓·中서 경영 리더십 강화 시동…"2030 글로벌 톱5 진입 목표"

최근 경영 리더십 강화에 시동을 건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중국법인을 앞세워 글로벌 업계 '톱5'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 1993년 한·중 합작법인으로 설립된 현대엘리베이터 중국법인은 2014년 100% 출자 법인으로 전환했다. 창립 초기 연간 2천대 수준이었던 생산 규모는 2020년 상해시 금산구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며 연 생산 2만5천 대 규모로 확대됐고, 현지인과 주재원 등 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중국법인 전경 [사진=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중국법인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80만 대 규모의 세계 최대 승강기 시장 중국에서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터키, 브라질 등 6개 해외법인 소재국을 포함해 전 세계 4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원팀코리아'의 수주 지원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와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 사업 진출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제품 다각화, 최적화를 통해 고급 시장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리모델링 시장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수주 2조2천억원, 매출 2조원, 글로벌 톱5 진입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1~3단지에 434억원 규모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전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한 것도 '글로벌 톱5'를 노린 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현 회장은 이번 계약을 따낸 부서에 찾아가 "지난 3년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큰 성과를 거둔 임직원 모두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 경영권 방어 성공한 현정은, 지주사 전환 움직임 본격화

현 회장은 올 초 쉰들러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을 더 강화하고 경영권 방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이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네트워크에 넘겼는데, 지분 매각 과정에서 국내 사모펀드 H&Q가 외부투자자로 들어왔다.

현대네트워크 지분은 ▲현정은 회장 91.7%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7.89%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부장 0.23%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 0.58% 등으로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 중이다. 현대네트워크 자산 규모는 2천억원 정도다.

현대네트워크는 이번 현 회장 지분을 인수하기 전까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7.83%)을 현대네트워크에 넘기면서 현대네트워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9.26%로 증가했다.

이번 지분 변화를 통해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인→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현대무벡스·현대아산·현대투자파트너스 형태의 지배구조가 갖추게 됐다. 현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보유지분을 넘긴 것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현대그룹이 언젠가 지주사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현대홀딩스컴퍼니'라는 상표를 출원한 것을 볼 때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좌측 두번째)이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우측 첫번째)와 충주 스마트 캠퍼스 제1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그룹]

다만 현대그룹 측은 아직까지 지주사 전환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 현대네트워크의 자산 규모가 작아 지주사 전환 충족 요건을 당장 맞출 수 없어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은 개별기준 자산 5천억원 초과,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인 경우다. 이에 지난 1일 현대네트워크를 투자부문(현대홀딩스컴퍼니)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만 했다.

반면 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쉰들러는 지난달 한국법인 대표를 교체하며 새롭게 의지를 다지고 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4.9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오랫동안 국내 승강기 1위 사업자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쉰들러는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전 2006년에 현 회장 측 '백기사'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했다"며 "이후 사이가 벌어지면서 추가 지분을 매입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대관계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달간 쉰들러 측이 지속적으로 장내 매도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조금씩 줄여 왔다는 점에서 경영권 인수를 이제 포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쉰들러의 경영권 위협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현 회장 측이 최근 들어 현대엘리베이터 사업을 강화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움직임을 자주 노출시켜 견제하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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