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한 달 반째 활동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김은경 위원장의 잇따른 설화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내부적으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성사 이후 혁신안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연이은 논란을 계기로 당내 불신이 깊어지면서 혁신위의 당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경 위원장은 지난 6월 15일 당내 혁신기구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김 위원장은 6월 20일 혁신위 첫 회의에서 "혁신위는 윤리 회복 방안을 실현하는 구체적 계획을 제안해 민주당이 신뢰받는 정당, 기득권을 타파한 민주정당, 개혁정당의 모습을 찾도록 하겠다"며 혁신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출범 44일 만인 3일 '노인 폄하' 논란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 계파·초선·노인 자극…혁신위 위상 위협
실제로 김 위원장의 의지는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혁신위의 첫 제안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가 일부 중진들의 반발에 부딪혔으나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일부 소장파 의원 등이 동참의 뜻을 밝히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지난달 말 '정당한 영장청구'를 조건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혁신위는 이를 동력으로 '꼼수탈당 금지'를 골자로 한 윤리 혁신안(1차)을 발표했으며, 각각 정책·조직 강화를 위한 2·3차 혁신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김은경 위원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빚어낸 설화 '4연타'로 인해 혁신위의 정치적 위상은 위협받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설훈 의원 등 친이낙연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후 라디오에서 자당 초선 의원들을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해 문제가 됐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청년좌담회에서는 '노인 폄하' 발언 논란으로 당내외를 막론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잇따른 비판에도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창피했다"는 또다른 실언을 내놔 여당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쯤 되면 민주당 혁신위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간판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직격했다.
◆ 친명·비명 모두 우려…'이재명 리더십' 위기
당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혁신위를 향한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3일 통화에서 "김은경 위원장이 의욕만 앞세워 계파 문제 등 정치적 현안을 정교하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서툰 행보를 계속한다면 의원들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명(비이재명)계 관계자도 "혁신위가 논란만 만들고 정작 이재명 대표나 지도부에는 제대로 된 회초리를 못 들고 있다"며 "이래서야 혁신위를 폐지하자는 여론만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분위기가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며 자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방에서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혁신위 위기가 '이재명 책임론'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위가 이재명 대표 체제 평가나 당내 강성 팬덤(개딸) 문제에 소극적인 견해를 보이면서 비명계가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2일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현재 휴가중인 이 대표에게 대응을 촉구했다. 이 대표 역시 김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애초 김은경 혁신위의 출범 자체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논란 등으로 인한 이재명 사퇴론과 맞물려 있었다"며 "혁신위가 동력을 잃을수록 이재명 리더십도 흔들리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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