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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름 바꾼다고 혁신?"…'적폐' 낙인 전경련 변화에 4대 그룹 '관심 밖'


전경련, 정치 권력 유착 가능성 배제한 조직 혁신안 발표…한경협으로 명칭 교체
산하 연구조직 한경연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지향…재계 반응 '미온적'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패싱' 당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만에 '한국경제인협회'로 개명하고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친정권 인사를 수장으로 앉힌 데 이어 재계 내 굵직한 행사를 주관하는 등 대한상의에 빼앗긴 '재계 맏형' 자리를 되찾기 위해 꾸준히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란 평가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18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명칭 변경을 비롯해 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회장단 확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이날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1년 설립 당시 처음 지었던 명칭으로, 전경련에서 한국경제인협회로 다시 명칭을 바꾸는 것은 55년 만이다.

◆'적폐' 낙인 찍힌 전경련…文정부선 '패싱'

전경련이 혁신안을 내놓게 된 것은 '적폐'라는 낙인이 찍힌 후 재계에서 꾸준히 외면을 당해왔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K스포츠·미르재단을 위한 기업들의 후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발각된 후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일본 게이단렌을 모티브로 국내 대기업들을 모아 만든 곳으로, 한 때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 창구였다. 하지만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600여 개 회원사가 400여 개로 줄었고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줄줄이 탈퇴하면서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주요 행사에 초대받지 못하는 '패싱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재계 위상이 추락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사진=아이뉴스24 DB]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전경련의 입지는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지난 2월 합류하면서 국내외서 정부와 손잡고 굵직한 행사를 주관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3월 일본에 이어 지난달 미국에서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전경련이 주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친정권 인사를 앉힌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봤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20대 대선 때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는 등 사실상 정치인으로 여겨져왔다. 이에 전경련이 전문성이 부족한 친정권 인사를 앉혀 현 정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경련, 혁신안서 정치 권력 유착 가능성 차단 의지 드러내

김 회장 직무대행과 전경련은 이날 혁신안을 통해 정치 권력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일정 금액 이상이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이 회원사에 유무형으로 부담을 주는지 심의하는 기능을 담당키로 했다. 위원은 회원사뿐 아니라 각계에서 추천받은 명망가 등으로 구성한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이 행사는 전경련이 주관했다. [사진=뉴시스]

또 전경련은 산하 별도 법인이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한편, 기존 11개사로 구성된 회장단을 확대키로 했다. 젊은 오너들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포석이다.

업종·현안별로 회원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각종 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사무국이 주도한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 건의 등도 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원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진행한다. 이 외에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동반상생 등 업종·현안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종전에 사무국이 주도한 각종 현안 관련 정책 건의 등도 위원회 중심으로 진행한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이처럼 나선 것을 두고 4대 그룹 재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전경련의 연간 사업수익이 4대 그룹 탈퇴로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전경련의 연간 사업수익 616억여원(2021년 기준) 중 회원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15%인 97억여원에 불과한 상태다. 연간 수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4대 그룹이 빠지면서 수익의 대부분은 임대료(316억원)·관리비(191억원) 수익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경련 혁신안에 재계 '글쎄'…4대 그룹 재가입도 '오리무중'

재계에선 이날 발표된 전경련의 혁신안을 두고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 대신 대한상의, 경총 등 다른 경제단체들의 위상이 예전보다 한껏 올라가며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데다 혁신안의 실효성이 있는 지도 의문이란 반응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에 가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영 활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거나, 전경련에 가입을 한다고 이점을 얻을 만한 요소도 딱히 없다는 점에서 사실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진 않다"며 "이미 각 기업들이 싱크탱크 기능을 하는 조직을 갖고 있고, 글로벌 경영 활동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경련의 매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4대 그룹이 전경련 탈퇴 후 아쉬움을 느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가입하려고 노력했겠지만 그렇지 않았고, 이번에도 가입 의사가 크게 없다는 점을 전경련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혁신안에서도 아직 의지와 진정성은 딱히 보이지 않아 향후 실천하는 모습을 좀 더 지켜본 후 4대 그룹이 재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전경련 위상을 봤을 땐 젊은 기업인을 회장단으로 영입하는 것도 쉽진 않을 것 같다"며 "김 회장 직무대행 체제가 끝난 후 조만간 기업인 회장을 추대해야 하는 데, 4대 그룹 총수 1명이 새 회장을 맡거나 기존 회장단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험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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