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주유와 세차 서비스 중심이었던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 배송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기차의 급증으로 휘발유나 경유 수요가 점 줄어들고 있고,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며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 개수는 1만998곳으로 2019년 1만1천499곳에서 501곳이 줄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2012년 이후 10년간 약 2천 곳에 달하는 주유소가 경영 악화로 폐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책 연구 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현재 약 1만1천 곳인 주유소가 2040년에는 3천여 개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임대료와 인건비도 부담이다. 전국 주유소의 판매 마진율은 평균 5~6% 수준이지만, 카드 수수료와 각종 세금을 떼면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추산된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은 주유소 거점을 활용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친환경 플랫폼 네트워크'로의 사업모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박미주유소에 국내 1호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이 문을 열었다. 서울시 양천구 SK개나리주유소에도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은 주유소와 LPG 충전소에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를 함께 설치·발전해 전기차 충전 수요에 활용하는 미래형 융복합 주유소를 말한다. 도심 분산발전을 통한 전력 자립률 향상, 송·배전 손실 최소화, 안정적인 전기차 충전망 구축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 외에도 전기차(EV) 충전 및 세차 서비스,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복합 에너지스테이션 등 사업 구조를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옮겨가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최근 보유한 지역거점 2곳을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했다. 전환 대상 주유소는 인천시 미추홀구와 경남 창원시 소재 주유소로, 대규모 주거지 초입에 위치한 거점 주유소들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이들 주유소의 주유 관련 시설을 없애고 각각 500평과 900평 규모에 달하는 부지 위에 전기차 전용 충전시설을 신규 도입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이번 용도 전환을 시작으로 코람코에너지리츠의 주유소 자산을 줄이는 대신 EV전용시설을 확대해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주유소는 물류 거점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최근 GS칼텍스는 이케아코리아와 글로벌 여행짐 서비스 굿럭컴퍼니(Goodlugg)와 손잡고 주유소 픽업 센터를 전국 주요 시·도에 1개소 이상 확대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의 주유소 픽업 센터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도심지 소형 물류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소재 삼성로 주유소에서 최초로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 주유소 픽업 센터의 주요 입점사인 이케아코리아는 공식 온라인 몰 또는 앱을 통해 주문한 제품을 자동으로 주소지에 가까운 GS칼텍스 주유소 픽업 센터로 매칭해 고객이 차량으로 직접 픽업 가능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저렴한 배송비용 9천원으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배송 옵션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입점사인 굿럭은 여행짐을 집에서 여행지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주유소 픽업 센터에 각 지역 배송매니저가 여행짐을 가져다 놓으면 모아서 공항까지 한 번에 이동시킴으로 불필요한 물류차량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유소는 차량 진입이 용이하고, 물품의 보관과 적재가 편리하며,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어 물류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며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여러 기업들과 주유소 픽업 센터를 통한 다양한 협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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