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0%의 확률을 뚫고 기적을 써낸 한국도로공사. 베테랑 미들 블로커 정대영(42)도 역사의 순간을 함께했다.
여자부 현역 최고령 선수인 정대영은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코트를 지키며 V리그 역대 최초 '리버스 스윕'을 일궈낸 주역으로 우뚝 섰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우승의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정대영은 12일 '아이뉴스24'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도 꿈인 것 같고,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을까 싶다"라며 "2패를 당했을 때 한 번은 이기고 끝내자고 생각했다. 4차전은 마음을 비웠었다. 김연경이 이를 악물고 한다면 쉽지 않겠다 싶었다"고 챔프전 시리즈를 돌아봤다.
그는 이어 "5차전에서 5세트에 돌입하면서 우승이 힘들지 않겠나 싶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챔피언 포인트가 나왔을 때도 너무 좋다는 생각보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라며 "선수들끼리도 진짜 우리가 우승한 게 맞냐는 얘기를 제일 많이 했다. 경기 다음 날에야 우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정대영은 "정말 힘들게 올라왔는데 선수들이 똘똘 잘뭉쳐줬다. 특히 챔피언결정전 때 더 그랬다"라며 "서로 다독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우승을 함께한 선수들 모두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밝혔다.
V리그 출범 이전인 실업 시절부터 선수로 활약해온 정대영. 많은 경험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하다.
정대영은 "우승을 많이 해봤지만 단연 이번 우승이 최고의 순간으로 꼽힌다. 2017-18시즌 당시에는 당연히 우승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라면서 "이번에는 오히려 마음을 비웠는데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해 더욱 기억에 남는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만 42세인 정대영은 이번 우승으로 여오현(현대캐피탈)이 2018-19시즌 41세의 나이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것을 넘어 V리그 역대 최고령 우승 선수가 됐다.
단순히 코트만 지킨 것이 아닌 정규리그에서 블로킹 3위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기량까지 과시했다.
정대영은 "최고령이란 타이틀은 나에게 영광이다. 이 나이에도 코트에 나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거기다 우승까지 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라고 전했다.
V리그 최초 600경기 출전 대기록을 세운 여오현. 정대영은 여오현의 행보를 보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한다.
정대영은 "여오현 오빠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내가 코트에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오빠의 기사를 찾아본다"라면서 "적잖은 나이에도 코트에서 제 기량을 선보이는 것을 보며 나도 능력이 있는 동안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라고 강조했다.
도로공사가 기적을 써낸 순간 선수들의 표정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고, 팬들은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쏟아냈다.
팬들의 힘을 믿었던 정대영 팬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정대영은 "5차전까지 팬들이 정말 많이 응원해주셨다. 팬들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라며 "좋은 기를 넣어주신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팬들이 함께 만든 우승이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경기를 마치고 버스에서 감독님 인터뷰를 영상으로 보는데 한 팬이 우는 모습이 잡혔었다. 그 장면을 보고 나도 울컥해서 눈물을 훔쳤다"라면서 "좋지 않을 때도 팬들은 늘 힘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라고 전했다.
엄마를 따라 중학교에서 배구를 하고 있는 보민양은 큰 힘이 되는 가족이자 든든한 지원군이다.
정대영은 "우승 이후 딸이 '엄마 너무 축하해. 오늘 최고였어'라고 말해줬다. 이 말이 나에게는 최고의 칭찬이다"라며 "보민이가 엄마가 배구선수니 자신도 엄마만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걸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기특한 딸이다"라고 설명했다.
보민양에게 엄마는 최고의 자랑거리다. 보민양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는 학부모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정대영은 "보민양이 '선생님들이 엄마와 함께 사진 찍고 싶다고 언제 학교 오냐고 많이들 물어보신다'라고 했다"라며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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