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강경 대응에 국내 콘텐츠를 삭제하겠다는 궁여지책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콘텐츠들은 삭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콘텐츠를 희생양 삼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누누티비는 지난달 23일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등 국내 OTT 동영상 콘텐츠를 삭제하겠다고 밝힌 이후 일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환승연애1·2를 비롯한 170개 남짓 콘텐츠가 삭제됐다. 누누티비 측은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한다"며 "앞으로 국내 OTT 관련 모든 자료는 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누티비의 이같은 행보는 넷플릭스 등 해외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유료 계정에 가입하지 않고도, 기존 오리지널 콘텐츠부터 최근 개봉 영화까지 불법 서비스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국내 제작 드라마 '카지노'도 누누티비에서 볼 수 있다. 편당 조회는 약 380만회에 이른다.
디즈니플러스의 지난달 이용자가 208만명임을 감안하면 이 드라마를 디즈니플러스로 시청한 이용자보다 누누티비로 시청한 이용자가 더 많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누티비와 같은 불법 스트리밍은 무료이기 때문에 OTT 구독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누누티비가 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게 피해 사례는 국내외 기업 모두에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OTT 사업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면피용으로 '반쪽 삭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OTT 콘텐츠들이 여전히 불법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이다. 티빙의 일부 작품들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CJ 계열의 과거 작품들과 JTBC 예전 드라마 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든지 다시 불법에 나설 것"이라며 "국내와 국외 콘텐츠를 갈라치기 할 것이 아니라 사이트 자체를 닫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누누티비에 대해 국내 OTT 사업자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법적 대응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사들은 세계 최대 불법 복제 대응 조직 ACE에 참여했다. 누누티비 측은 OTT 피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국내 OTT 사업자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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