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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움츠릴 때 유럽은 움직였다…망사용료 입법 논의 '본격화' [IT돋보기]


유럽연합, 망사용료 법제화 가속화…빅테크·이통사에 투자계획 등 제출 요청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와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간 망사용료 분쟁을 해결하겠다던 국회의 움직임이 주춤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초침이 망사용료 입법화를 향해 돌아가고 있어 주목된다.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건물 앞에 유럽연합(EU) 회원국 국기들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과 EU 내 이동통신사에 투자계획, 인프라 구축 계획 등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망사용료를 부과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앞두고 양측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조치다. EC는 회원국과 논의를 거쳐 입법화에 착수할 전망이다.

EC가 망사용료 입법화 움직임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EC는 지난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망사용료 부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CP에 망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서둘러 제정해달라고 EC에 촉구하기도 했다.

망사용료 이슈에 있어 한국과 EU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대형 CP는 미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구글 유튜브·넷플릭스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 내 통신사들은 급증하는 트래픽으로 인한 비용적 부담을 안고 있다. EU 또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망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는 의미다.

국회 차원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한국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국내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 향방이 묘연하다. 지난해 상반기 한 차례 심사가 진행된 이후 하반기 들어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결과적으로 안건에 상정되지 못한 채 법안2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망무임승차방지법 진전이 없는 이유를 두고 국회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과방위원장 등 야당 일부 지도부의 어정쩡한 태도에서 원인을 찾는다. 당초 망 분쟁 이슈는 민주당 제21대 총선(2020년 4월) 중앙 공약이자 이재명 대선 공약이었다. 22대 민생법안으로도 지정됐지만 실제 행보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구글 유튜브 공세로 여론이 악화되자 입법을 추진하려던 민주당이 동요했다. 앞서 정청래 위원장은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일"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도 자신의 SNS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기재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갈피를 잃은 듯한 기류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포착됐다.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열린 과방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강종렬 SKT ICT 인프라담당(사장)에게 "망사용료는 민간에서 해결할 일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에 강 사장은 "시장의 균형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입법이 고려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야 했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지난 11일 방한 일정 중 구글 등 빅테크 사업자를 만났다. 사진은 호세 페르난데스 경제차관(왼쪽 맨 아래)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오른쪽 중앙)과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트위터]

미국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자국 기업인 만큼 망사용료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실제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망중립성은 우리 모두가 콘텐츠를 원할 때 원하는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기재했다. 페르난데스 경제차관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방한한 바 있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에 전송되는 콘텐츠는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망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데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낸 것. 차관은 해리슨 김(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과도 만나 한국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와 기술, 스마트 규제가 일자리·성장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했다.

정치권은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이 선제적으로 나설 경우 한국 내에서 입법화를 추진하는 데 드는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는 계류돼 있는 상태이지만 유럽 등에서 입법 사례가 나올 경우 향후 법제화를 추진하는 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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