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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칠전칠패'…제4이통 도전기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12부. 4G LTE 성장기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KMI 제4이통 행사
KMI 제4이통 행사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는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의 합병으로 인해 이동통신 3강 구도가 완성되자 그간 적용했던 ‘유효경쟁정책’을 폐지했다. 이 정책은 특정 사업자의 독점을 막고 후발사업자의 경쟁환경을 조성하고자 마련했으나 거대 이동통신 3강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남게 됐기 때문. 특히, 유효경쟁정책이 이통경쟁의 한계를 드러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뒤를 이을 제4이통사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고착화된 경쟁양상에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또 다른 경쟁 요소를 추가하는 것에 대부분 공감했다. 또한 대세인 3G WCDMA, 앞으로 상용화할 4G LTE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와이브로’라는 또 다른 통신기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제4이통사 설립을 목적으로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하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재판매사업자(MVNO)와는 달리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모델로 각광받았다. 모바일데이터음성통화(mVoIP)와 초고속 인터넷(와이브로)를 결합해 이통3사보다 20% 더 저렴한 가격 책정이 가능하며, 주주로 참여한 사업자들은 MVNO 형태로 즉각적인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장점에 시장이 술렁였다.

게다가 방통위는 KT와 SK텔레콤에 할당했으나 활성화가 미약한 와이브로를 각성시키기 위한 새로운 사업자 출현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정부 정책과 시장의 니즈가 부합해 KMI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다. 삼성전자의 현물출자와 삼영홀딩스 투자, 장비업체와 개인 주주들까지 속속 모습을 나타냈다.

2010년 6월 11일 공종렬 KMI 대표는 방통위에 제4이통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도 7월 29일 와이브로 대역인 2.5GHz 주파수 40MHz대역폭에 대한 이동통신용 할당 공고를 내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길은 아니었다. 삼영홀딩스를 포함한 몇 주주들이 지분참여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주주들로 구성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투자 기업들이 공개되면서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도가 깨졌다.

방통위는 10월 27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양평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계획서 허가 심사에 돌입했다. KMI도 재무적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3천억 이행보증서까지 추가로 제출했다. 다만, 시장은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 예상했다.

11월 2일 방통위는 예상대로 KMI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기간통신사업 허가 기준은 70점 이상이지만 최종 심사결과는 65.514점이었다. 재정적, 기술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컸다.

이날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수년간 정부는 새로운 와이브로 사업자 탄생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실현되지 않았고, KMI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이번에 허가대상법인으로 선정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와이브로 컨소시엄이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공종렬 KMI 대표도 첫 도전의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계속해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공 대표의 약속은 빠르게 지켜졌다. 부적격 심사 결과를 받아든지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18일 방통위에 제4이통 사업권을 재신청했다. 방통위는 또 다시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재공고를 냈다.

공 대표는 1차 도전에서 지적받은 주주 구성과 관련해 정면돌파의 뜻을 밝혔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체격 좋은 기업이 자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대주주의 입김에 휘둘려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 설명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것. 이통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해를 넘긴 2011년 2월 21일 심사에 돌입한 방통위는 24일 KMI에 대해 또 다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역시나 자금조달에 따른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사 점수는 66.5점. 마의 70점 고지를 넘지 못했다.

KMI 공종렬 사장
KMI 공종렬 사장

◆ 또 다른 도전자 참전

두 번의 탈락에도 KMI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 가운데 7월 1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사회를 통해 제4이통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나름대로 제4이통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기는 했으나, 그보다는 자금력에 따른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터라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도 거론됐다.

하지만 양측은 협력보다는 반목의 형태로 나아갔다.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행보가 결과적으로 둘 사이를 갈라 놓았다. 앞서 양승택 전 장관은 KMI에 합류하면서 제4이통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으나 돌연 중기중앙회로 소속을 달리하면서 갈등이 야기됐다.

KMI 측은 양 전 장관이 사업을 인계받는 조건으로 경영진의 일괄 퇴진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 주장했는데 반해, 양 전 장관 측은 KMI가 그랜드 컨소시엄 참여 의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갈등은 대선과 맞물리면서 특혜시비까지 불러왔다.

게다가 KMI는 양 전 장관이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기존 KMI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겸업 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됐다.

양 전 장관이 갈등의 중심에 놓이게 된 경위로는 그 이력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전전자교환기(TDX)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과 수출 등에 공을 세웠으며, 광대역 모바일 인터넷을 강점으로 4G 통신기반 기술 아이디어를 냈으며,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와이브로 상용화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즉,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한 제4이통사 설립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인사였다.

방통위는 시장 수요가 있었기에 10월 19일 휴대인터넷용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다. 1개 사업자를 선정해 2.5GHz 주파수 40MHz 대역폭에서 7년간 3G 또는 4G 방식의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마감을 하루 앞둔 11월 17일 KMI가 먼저 할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8월 26일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서를 낸 상태였다. 마감일인 18일은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접수를 마쳤다.

양 전 장관이 이끄는 IST는 한껏 고무된 상태였다. 현대그룹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 다만 접수 후 본 심사를 앞둔 12월 12일 현대그룹이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하면서 또 다시 재정능력을 의심받게 됐다. 이미 두 차례 같은 이유로 실패한 KMI도 예외는 없었다.

결국 방통위는 12월 16일 양측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한 결과 모두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KMI의 심사점수는 65.8점, IST는 63.9점으로 70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주구성 취약과 재정 능력 미달 등이 이유로 꼽혔다.

두 컨소시엄을 체제를 다시 정비하고 또 다시 고난의 행군을 이어 갔다. KMI는 4번째, IST는 2번째 출사표였다. 2012년 12월 27일 방통위는 와이브로 허가 및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KMI와 IST가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결과는 역시나 ‘부적격’. 판단 근거도 유사했다. 불안한 재무 건전성과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업계획, 와이브로 실행의 불확실성에 발목을 잡혔다. KMI의 총점은 64.210점, IST는 63.558점으로 그 결과까지도 비슷했다.

당시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KMI는 향후 5년내 800만명 유치하겠다는 등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나타냈다”라며, “영업활동을 통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3 월드 IT 쇼 개막식에 나선 최문기 미래부 장관(중앙)
2013 월드 IT 쇼 개막식에 나선 최문기 미래부 장관(중앙)

◆ "아! 와이브로"…LTE-TDD 문호 개방

제4이통 사업권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와이브로에 대한 정책 변경이 거론됐다.

전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이브로를 ‘TD-LTE’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TD-LTE는 중국 이통사 차이나모바일이 주도하는 통신규격으로 2012년 1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4G 기술표준으로 선정했다. 인도와 일본, 유럽, 중동, 러시아 등 와이브로를 도입하거나 비슷한 환경에 놓인 국가들이 ‘TD-LTE’ 도입을 검토했다.

2012년 7월 17일 하반기 LTE 전략 기자간담회 단상에 오른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와이브로 주파수를 재할당받더라도 구매할 장비가 없고, 글로벌 트렌트를 따라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그 해답이 TD-LTE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와이브로 대역을 보유하고 있는 KT와 SK텔레콤에게는 또 다른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KT의 이같은 주장은 그 영향력이 컸다. 누구보다도 와이브로에 진심인 통신사가 바로 KT였기 때문.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어렵다면 전세계 추세에 맞춰 기술표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TD-LTE’는 엄밀히 말하면 ‘LTE-TDD’를 가리키는 마케팅 용어다. ‘LTE-TDD’는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 3GPP에서 발표한 LTE 기술 중 하나다. 국내서 상용화된 LTE는 상하향 대역을 나누는 주파수분할방식(FDD, Frequency Division Duplex)이다. TDD(Time Division Duplex)는 시분할 방식으로 상하향을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서 해결한다. 즉, FDD가 두 개의 차선으로 나눠 교통량을 통제한다면 TDD는 하나의 차선에서 시간순서대로 교통량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시분할 방식을 사용하는 ‘LTE-TDD’와 마찬가지로 와이브로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와이브로 사업자가 ‘LTE-TDD’로 전환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국내서는 와이브로 사업을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LTE-TDD로 즉시 활용이 가능했고, 기지국을 LTE-TDD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어렵지 않았다. LTE-FDD와 하드웨어 호환이 가능하고 기지국 등 설비를 공통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당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세계 최대의 LTE 시장으로 부상하며, 그 중에서도 중국이 최대의 LTE-TDD 시장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2년 후에는 중국 LTE-TDD 가입자는 약 2600만 명, 아태지역의 약 36.7%에 달한다는 예측이었다.

2013년 9월 13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와이브로 정책방향’ 공개 토론회에서 와이브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LTE-TDD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와이브로 이용자가 있었기 때문에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자는 와이브로 서비스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제4이통 사업권을 위해 남겨 놓은 2.5GHz 주파수 40MHz대역폭은 와이브로와 LTE-TDD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10월 3일 미래부는 토론회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SK텔레콤과 KT는 이용자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2019년까지 와이브로를 유지하도록 했다. 신규 사업자는 와이브로뿐만 아니라 LTE-TDD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 도전, 또 도전

LTE-TDD 문호개방은 제4이통 사업권에 도전하는 컨소시엄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역시 ““경영능력을 갖추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값 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주겠다고 열어 놓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KMI는 5번째 항해에 나섰다. 이번에는 와이브로가 아닌 TD-LTE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간 만만의 준비를 해뒀다. 설립자본금 규모는 8530억원, 허가 이후 법인설립 즉시 현물출자 470억 원을 납입받아 9000억원으로 증자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공종렬 KMI 대표는 11월 14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15년 7월 LTE-TDD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월 기본료 3만원에 모바일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도 이어갔다. 이통3사 대비 약 60%에 가까운 요금제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KMI는 미래부를 찾아 기간통신사업 LTE-TDD 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허가신청서류를 토대로 공공의 이익과 관련 규정에 적합여부, 주파수 할당 공고 여부 등에 대한 적격심사를 시작했다.

마침내 2014년 1월 17일 미래부가 2.5GHz 주파수 대역 할당계획을 발표했다. 추파수 최저경쟁가격은 LTE-TDD가 2천790억원, 와이브로는 523억원으로 책정했다. 동시오름입찰 20라운드, 낙찰되지 않을 시에는 밀봉입찰 1라운드가 진행된다.

다만, 이에 대해 제4이통컨소시엄(구 KMI)와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극렬하게 반대했다. 주파수 대가산정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다. 이통3사 대비 신규 사업자임을 감안해 비대칭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MI의 경우 2천억원이 적당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부는 전파법에 따라 합당한 최저경쟁가격을 설정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안은 1월 23일 그대로 확정됐다.

업계 불만과 달리 심사는 순탄하게 흘렀다. 1월 29일 미래부는 KMI에 대한 제4이동통신 사업권 적격심사를 통과했다고 알렸다. 사전심사가 끝났기에 남은 수순인 본 심사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KMI는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공종렬 KMI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1인당 평균 30% 정도 저렴한 통신비를 갖춘 LTE-TDD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심사는 예상과 달리 중단됐다. 앞서 IST가 재정적 준비의 어려움으로 제4이통 포기를 발표한데 이어, KMI가 예정된 주파수 할당 신청일에 접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파수 신청 마감일은 2월 27일 오후 6시였으나 제 시간에 맞추지 못한 것.

주파수 경매 참여를 위해서는 주파수 최저경쟁가격의 10%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납부해야 한다. 2.5GHz 주파수 LTE-TDD의 최저경쟁가격은 2천790억원으로 279억원을 내야 했다. KMI는 납부를 위해 모다정보통신 등 3개 업체를 보증업체로 내세웠으나 이 중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뒤늦게 보증보험증권 서류를 제출하기는 했으나 이미 마감기한이 넘긴 상태였다.

KMI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기는 했으나 심사 과정이 순탄하게 흘렀기에 재도전할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미래부 역시 심사 탈락이 아니었기에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서류 준비 미비라는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기는 했으나 KMI는 침착하게 3월 19일 기간통신사업허가 신청서를 재접수했다. 사업권 획득 기일이 늘어난만큼 기존 계획에서 전국망 구축 시점이 2016년 1월로 연기됐다. 자본금 규모는 8천530억원, 579개 주주로 조정됐다.

미래부는 다시 2.5GHz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다. 이용기간이 5년에서 4년 9개월로 줄어들면서 최저경쟁가격은 2천627억원으로 내려갔다. 주파수 경매는 KMI 단독으로 변경됐다. 다행히 KMI는 6월 2일 주파수 할당 신청을 마무리했다. 6월 23일 제4이동통신 사업권 허가 적격심사를 통과한 KMI는 본 심사 고비만을 남겨놨다. 경매는 단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최저경쟁가격에 할당받는 상황이었다.

시장에 기대감이 한껏 달아오른 7월 24일 미래부는 LTE-TDD 사업권 허가를 신청한 KMI의 본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통신 관련 연구기관과 학회, 회계법인 등 26개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총 15명의 심사위원단은 4일간 허가 심사를 진행했다. KMI 설립법인 관계자와 주요 주주 등을 대상으로한 청문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역대 최저점수인 62.3점. 70점 문턱을 넘지 못했다. LTE-TDD 기술점수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기는 했으나 이번에도 재무 건전성에 발목이 잡혔다. 최대주주가 설립예정법인이고, 계약관계상 주요자본 원천인 해외자본 조달계획이 불확실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판단이었다. 그렇게 KMI의 6번째 도전은 좌절됐다.

◆ 정부 파격적 지원에도 결과는 '아득'

6년간 거듭됐던 제4이통의 염원은 실현될 수 없는 꿈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제4이통 설립에 대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규 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가시화되자 수면 아래 운집해있던 여러 기업들이 기회를 잡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인해 기간통신사업권 허가 절차가 보다 강화되고, 동일한 목적의 알뜰폰(MVNO) 진영이 시장에 안착하면서 제4이통사 설립에 대한 회의론도 일었다. 결론적으로 업계는 제4이통에 대한 도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정부의 제4이통 설립 지원 의지와 정치권의 지원사격이 계속되자 이통사와 알뜰폰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5년 5월 29일 미래부는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제4이통과 관련해서는 결과적으로 문턱을 확 낮췄다. 주파수 우선 할당과 단계적 전국망 구축, 기존 이통사의 로밍 의무 제공 등이 결정됐다. 다만, 시장 안착 실패시 따르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기존과 마찬가지로 재정적, 기술적 능력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부는 8월 30일 신규 사업자를 위한 주파수 할당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주파수 할당 신청접수는 업계 의견을 반영에 10월 30일까지로 정했다. 연말까지 기간통신사업 허가 대상법인으로 선정된 곳을 대상으로 심사를 실시해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마감일인 10월 30일. 제4이통 출사표를 던진 곳은 총 3개 컨소시엄으로 확정됐다. 2010년부터 꾸준히 도전에 나섰던 KMI는 끝내 접수가 불발됐다. 함께 했던 IST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성도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이 이끄는 중소기업 컨소시엄 ‘퀀텀모바일’, 온세텔레콤에서 사명을 세종텔레콤으로 바꾼 ‘세종모바일’, KMI 출신으로 꾸려진 ‘K모바일’ 등 3곳만이 도전에 나섰다.

지난 1년간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제4이통 사업권 발표일인 2016년 1월 29일. 모든 시선이 미래부로 쏠렸다. 심사결과는 퀀텀모바일 65.95점, 세종모바일 61.99점, K모바일 59.64점. 허가대상법인 기준인 70점을 넘는 컨소시엄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번 역시도 재정적 능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제4이통에 대한 ‘칠전팔기'는 없었다. ‘칠전칠패’라는 기록을 남긴 제4이통사 설립은 그렇게 쓸쓸히 퇴장했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

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

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

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

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

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

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

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

7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㊲ ‘SK·한통·LG·하나로’ IMT-2000 도전…춤추는 정부

㊳ 하나로통신 007 작전…’정부·재벌’ 허 찔렸다

㊴ SK텔레콤·한국통신 IMT-2000 입성…LG·하나로 ‘탈락'

㊵ LG텔레콤 vs 하나로통신…동기식 IMT-2000 주인 찾았다

8편. 3G 시대 개막

㊶ IMT-2000 표류…CDMA2000 비상

㊷ 연기 또 연기…3G WCDMA 초라한 등장

㊸ '011·016·019→010 통합' 논란…번호이동 패닉

㊹ 유선망 2위 사업자 ‘파워콤’ 인수전…하나로 vs 데이콤 ‘격돌’

㊺ 휴대인터넷 세상 열겠다…와이브로 출항기

9편. 3G 삼국정립

㊻ SKT ’T 브랜드’ 탄생 vs KTF ”쑈(SHOW)를 하라”

㊼ “악법도 법이다”…LGT IMT-2000 사업권 반납

㊽ SK텔레콤, 하나로 품다…유무선 통합 1위 도전

㊾ KT-KTF 합병…이석채 회장 통합KT 시대 개막

㊿ ‘LG 삼콤사’ 텔레콤·데이콤·파워콤 = LGU+ 통합 출범

10편. 아이폰 쇼크

(51) ‘이통사 중앙집권화’…韓 단일 표준 플랫폼 ‘위피’ 몰락

(52) ‘아이폰’…韓 3년을 못봤다

(53)’아이폰' 스마트폰 깨우다…옴니아·베가·옵티머스, 그리고 갤럭시

(54) 모바일 OS 잡아라, 심비안 하락…안드로이드·iOS 부상

(55) 3G 데이터 무제한 시대…”무적칩을 아시나요”

(56) ‘와이파이·블루투스’ 재조명…3G와 ‘동반성장’

11편. 4G LTE 시대 개막

(57) SKT·LGU+ 국내 최초 LTE 상용화…과도기 ‘설왕설래'

(58) “LTE를 사수하라” 국내 첫 주파수 경매…’승자의 저주’

(59) ‘별정4호’…알뜰폰 비긴즈

(60) KT 2G 종료 ‘삼고초려'

(61) LTE 가입자 100만 돌파…양→질적 성장

(62) "쓸데없이 크다?" 갤럭시노트 '반전'…LTE 대화면 시대 ‘활짝'

12편. 4G LTE 성장기

(63) LTE 제2고속도로 개통…올아이피 시대 도래

(64) '카카오톡'에 무릎 꿇은 이통3사…RCS 참패의 역사

(65) 역대 가장 복잡했던 2차 주파수 경매

(66) LTE 주파수 엮다…광대역 LTE-A 논란

(67) 국내 LTE 시장 '외산폰 무덤'…LTE-A 킬러콘텐츠 찾기

(68) '불법보조금' 이통3사 역대 최장 영업정지…'단통법' 시발점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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